커피.. 소년과 소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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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글을 쓰는 사람이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참 우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커피를 왜 안좋아 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커피를 맛으로 먹지만 저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게 커피를 마실때 분위기를 더 생각하고 그 순간의 감정을 거울삼아 마시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커피를 이유없이 무의식적으로 마시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어쩔때는 사람이 커피를 마시는게 아니라 커피가 사람을 마시는 그런 느낌... 전 사실 고백하면 커피를 좋아합니다.(왜 이랬다 저랬랬다ㅋ) 커피의 향을 좋아하고 신기루처럼 떠오르는 잔위를 수 놓는 하얀 수증기를 바라보는 걸 좋아하고 잔에 전해지는 따듯함을 사랑하고 여유롭게 이런 부분을 천천히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을 사랑합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전 커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마시는 그 순간과 공간은 사랑한다고 할까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

그래서 그런지 인스턴트 커피는 전혀 끌리는 순간이 없었습니다. 전 저에게 커피한잔을 여유롭게 즐기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아예 마시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면서 늘 속으로 생각하곤 하죠. 창밖 풍경과 음악이 멋진 곳에서.. 바리스타가 직접 준비해주는 멋진 공간을 위해 지금은 잠시 참자고요. 인스턴트 커피에 저의 미각이 자주 노출되게 되면 결국은  제가 추구하는 이런 모습들과는 동떨어진 공간과 시간속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옆에 끼고 저도 모르게 마시며 살아가게 될테니까요.

커피이야기를 하다보니.. 한동안 기억에서 지우려 하고 있던 소년과 소녀에 대한 추억이 문틈으로 스며들어오는 차가운 겨울 바람처럼 떠오릅니다. 오래전도 아니고 올해 늦여름과 초가을에 있었던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빛바랜 사진처럼 그렇게 희미한 기억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의 추억이 너무 강렬하게 불타올라서 그랬는지 타는 순간만큼 꺼저버리는 마음도 강렬했나 봅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미소와 씁쓸함과 알 수 없는 피곤함이 공존을 하곤 합니다.

커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꿈


커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소년과 소녀에 대한 추억...


그때는 정말 카페의 골목인 삼청동을 많이 갔던것 같네요. 물론 처음의 저의 계획은 소년과 소녀를 잘 맺어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때의 저의 생각은 어떻게 하면 이들이 서로를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적절하게도 소년과 소녀가 아주 커피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어 스터디를 하고나면 제가 먼저 제안을 해서 커피를 사주겠다고 말하면서 소년과 소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제 사비를 들여가면서 먼거리에 있는 삼청동을 가곤 했죠. 

사실 저는 커피를 그리 안 좋아했는데도 말이죠.ㅋ 그래서 매주 더욱 멋진 풍경이 있는 카페를 찾아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처음에는 어색해보였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서 점점 우리들은 함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시간들이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심중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이들도 이순간을 즐기는 것일까? 하는 질문과 소년과 소녀가 인연도 아닐 수 있는데 나만 혼자 삽질을 하는게 아닌지 하는 자괴감등.. 그들과 함께하는 순간은 저도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커피숍을 나오고 집으로 향하는 자동차안에서는 늘 마음이 빈 것처럼 허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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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내가 이렇게 그들을 위해서 애를 쓰는걸 알까 하는 생각들.. 사실 그런게 그렇게 중요한건 아닌데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내가 힘들고 수고하는 마음들을 상대방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들이 있기 마련이더군요.^^; 그들과 함께하면서 이런 멋진 카페에서 함께 한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계속 함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들..

삼청동에서 시작된 커피의 인연 ..'연두(緣豆)'

우린 처음에 커피빈이나 스타벅스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주로 갔지만 조금식 가까워지면서 저의 제안으로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만들어내는 그런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정형화된 커피점에 돈을 낭비하는게 싫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소녀가 삼청동에서 좋은 커피점을 알고 있다고 해서 새로운 우리만의 공간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카페의 이름은 '연두(緣豆)'.. 뜻이 커피와의 인연이라고 하네요. 우린 정말 이름처럼 그동안 여기저기 카페를 찾아 방황하는 것을 그만두고 '연두'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이 제가 생각하는 꿈속의 카페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나 나무의 결이나 느낌이 좋았던 그래서 집에 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던 넓은 테이블과 그 옆으로 푸른 들판이 펼쳐져 있는 그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조그마한 창문이 있어서 밤에 그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러가지 상상들을 하곤 했습니다. 저도 좋아했고 소년과 소녀도 그 공간을 무척좋아했습니다. 그곳은 그렇게 우리의 아지트가 되어버렸죠. 그굿에서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양한 커피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커피를 잘 몰라서 뭘 시켜야 할지 몰랐지만 그들은 커피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고 그래서 저는 그들이 추천해주는 커피를 마시고 때론 뺐어먹고 그랬답니다. 전 사실 커피를 마셨다기 보다는 그 순간을 마셨다고 보는게 맞는 말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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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에서 마셨던 커피와 마음에 들어했던 재질의 느낌이 좋았던 넓직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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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서 즐거웠던 나의 2008년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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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쇼콜라 케이크

비행기가 뜨는 날 생각했지,  비가와서 비행기가 못 뜨기를...

디자인이 고상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따듯한 음악과 조명들 그리고 마음을 평화롭게 만드는 구수한 커피의 향기들 그리고 부지런히 이런 맛있는 향기를 만들어내는 바리스타의 모습들.. 꼭 드라마 커피 프린스의 모습이 떠올랐고 만화에서 보던 어느 이름모를 아늑한 카페가 연상이 되곤 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이 한동안 지속될 것 같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현실을 잊기 위해서 서로가 더 행복해 보일려고 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제가 소년과 소녀의 인연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노력을 했던 이유가 소녀가 미국으로 유학을 위해서 곧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 그렇게 초조해하고 그랬던게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카페에서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이 지나고 소녀는 저의 설득과 소년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꿈을 찾아서 결국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미국으로 소녀가 출국하는 날 저에게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오빠, ...를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소녀는 소년을 저에게 부탁을 하며 떠났습니다. 소년과 소녀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소녀는 그렇게 한국을 떠났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 떠오르던 노래가사 있었습니다."네가 떠나는 날 생각했지 비가와서 비행기가 못 뜨기를 하지만 그건 나의 슬픈기대였어. 넌 미래의 꿈을 향해 떠나버렸으니.." 가수는 기억이 안 나지만 무척 인상깊은 가사여서 아직까지 외우고 있네요.ㅋ 소년의 마음이 그렇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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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노력때문인지 몰라도 결국 짧은 시간동안 그들은 서로를 알게되었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제가 겪었던 아픔들도 있었지만 이런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그때의 지워버린 기억들이 생각날것 같아서 이만 여기서 끝내야 겠습니다. ㅎㅎ  그 이후로 저는 아직도 삼청동의 까페 "연두"를 아직 가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아예 삼청동을 가지 않는것 같네요. 

그 곳은 왠지 모르게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아련한 기억들이 더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아마도 다른 사람들과도 당분간은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만약 가게되면 그 때의 생각들이 떠올라서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네요. 저의 생각대로 소년과 소녀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저의 기분은 그리 상쾌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냥 마음이 힘들고 좀 지쳐버리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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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이 멋졌던 삼청동의 이름모를 길..

커피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들..

제가 지금 생각하면서 안타까웠던 순간은 한번은 우리집에 소년과 소녀를 초대해서 같이 멋진 저녁식사를 함께 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맛있는 스테이크에 감미로운 레드와인 그리고 촛불만 켜놓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순간들.. 모든것이 좋았습니다. 단 한가지 커피만을 제외하면 말이죠. 집에 커피 머신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인스턴트 커피를 마셔야만 했는데 그때의 안타까움이란 .. 정말 그 순간 마음속으로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한번 구입할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잠시 인터넷으로 커피 머신을 살펴본적도 있었습니다. 

가격의 압박에 패스했지만 말이죠.^^;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면서 맛있다고 말해주는 그들을 보면서 정말 마음속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이들을 초대한다면 좀더 멋진 커피를 맛보게 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소녀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그때의 초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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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향기가 아쉬웠던 처음의 초대

소년과 소녀에게 집에서 멋진 커피를 대접하겠다는 다짐은 언제 이루어질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소녀가 언제 올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의 삶은  늘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곳으로 흐른다는 걸 최근들어서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또 한번 그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몇일전에 들은 소식인데 소녀가 올해가 가기전 12월에 한국으로 입국을 한다고 하네요. 어떤 사정으로 다시 입국을 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저의 경험으로는 사랑하는 소년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생각합니다. 소녀가 미국으로 출국한후 저는 한번도 소녀와 이야기를 한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만나봐야지 알겠네요.

다시 돌아온 소녀에게 전해주고 싶은, "연두"의 향이 서려있는 커피

제가 그 소식을 접했을때 들었던 생각이 다시 한번 소년과 소녀를 집으로 초대해서 멋진 만찬과 음악, 따뜻한 촛불 그리고 삼청동의 우리들의 기억이 서려있는 카페"연두"보다 더욱 멋진 향기를 내는 커피를 그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처음초대 했을때는 인스턴트 커피 때문에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이번에는 정말 향기와 맛이 깊은 커피를 마시며 모두의 웃음만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그들을 맺어준 것도 커피의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런데 그런 커피를 어떻게 구해야 하죠?^^ 아시는 분은 저에게 도움의 손길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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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늘같이 오는날에는 아늑한 공간에 멋진 음악과 따뜻한 커피가 생각이 나네요. ^^삼청동에 가셔서 커피 한잔 하시는건 어떨지.^^

(흘러나오는 음악은 제가 이 시절에 많이 들었던 태연의 "만약에.." 입니다. 이 음악만 들으면 그때 생각이 나서 그동안 안들었는데 이 글을 작성하면서 다시 듣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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