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같은 아슬란, 포기 못하는 현대차의 속사정
- 자동차/이야기
- 2016. 8. 23. 07:56
가뜩이나 내수 침체로 판매량과 점유율이 하락하는 현대차는 현재 노조파업 때문에 이중고를 격고 있습니다. 또한 도무지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이는 안티 현대팬 들로 인해서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맞고 있습니다. 그런 현대차를 더 덥게 하는 존재가 있는데 그것은 플래그십 모델인 아슬란 입니다.
이젠 현대차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차량으로 격상한 아슬란이지만, 기뻐해야 할 신분 상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대차가 아슬란을 버리지 못하는 속사정
현대차를 대표하는 차량이 되었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이너리그에서 승승장구 하는 선수를 메이저리그로 올려 보내야 그나마 실력이 나오는데, 지금의 아슬란을 보면 마이너리그 싱글A 에서도 죽 쑤는 선수를 갑자기 메이저리그로 올려 보낸 것과 비슷하다 할 수 있습니다.
아슬란으로서는 메이저리그 입성을 하며 신분상승을 해서 좋겠지만, 그 역할을 할 수 없기에 답답할 것 같습니다.
평소에 판매량이 너무 안 좋아서 단종에 대한 논쟁이 있던 차량이 갑자기 현대차의 대표 차량이 된 것 입니다. 정말 자의가 아닌 타의에 위해서 올라간 자리라 마치 모래성에 집을 지은 것 같은데, 이런 모든 상황이 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독립 시키면서 생겨난일입니다.
▲ 이름은 '사자' 지만 판매량을 보면 '토끼'에 가까운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아슬란
현대차가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런칭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시간 심혈을 기울였을지는 정말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사라진 후의 현대차의 라인업은 아마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예전만 해도 현대차가 신차만 출시 하면 국내에서는 거의 승승장구 했기에 너무 시장을 안이하게 본 것 같네요.
제네시스는 Bye Bye 하면서 현대차 홈페이지에서 떠나 갔고, 제네시스, 에쿠스가 있던 자리엔 이젠 아슬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얼굴이 되었지만 판매량은 그와 상관없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 현대차 홈페이지를 보면 제네시스, 에쿠스는 더 이상 판매차종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올해 들어 꾸준하게 월 100대 이상 판매되며 선전(?)을 펼쳤지만 7월 80대가 판매 되면서 월 100대 마지노선이 드디어 무너졌습니다.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175대로, 출시 초기 월 목표 판매량으로 잡았던 1830대를 이젠 연 목표로 바꿔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말 이렇게 죽을 쓰면 현대차도 이젠 포기하고 단종을 하던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의리' 일까요? 아슬란의 단종은 절대 없다는 것이 현재 현대차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왜 현대차는 '계륵' 같은 존재인 아슬란을 단종 시키지 못하는 걸까요?
4000만원대 수입차와 맞설 럭셔리카의 필요성
현대차가 아슬란을 선보인 이유는 제네시스의 독립도 염두해 두었겠지만, 그 보다는 나날이 성장의 속도를 키우는 수입차에 대한 견제가 더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제네시스가 떠나게 되면서 4~5천만원대의 수입차와 맞설 대안은 꼭 필요 했습니다.
처음에 아슬란이 등장 했을때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굳이 새로운 세그먼트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네시스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떠나고 나니 아슬란은 어찌보면 꼭 나왔어야 하는 차량이었습니다.
▲ 토요타 아발론
▲ 닛산 맥시마
▲ 폭스바겐 파사트, 아슬란과 경쟁하는 4천만원대 수입차들
토요타도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가 있지만 자사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아발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준대형 차량으로 그랜저 그리고 제네시스와 겹치는 차량인데 국내에서는 제네시스를 타겟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차량입니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럭셔리 브랜드로 독립한 지금 상황에서는 경쟁 상대로 언급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발론과 그랜저를 비교하기에는 그랜저가 또 밀리는 상황입니다.
사실 그랜저는 옛날이나 럭셔리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 지금은 예전의 쏘나타가 가졌던 정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만약 아슬란을 만들지 않고 그랜저로 버티고 있었다면 4000만원대의 수입차와 맞설 차량이 현대차에게는 없게 되는 것 입니다.
▲ 고급차의 이미지가 점점 약해져가는 그랜저
그렇기 때문에 아슬란이 판매량을 죽을 쓰고 있어도 절대 단종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50대 이상에게는 그랜저에 대한 고급차의 추억을 가지고 있지만 젊은 세대에게 그런 이미지는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제네시스가 맡아 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떠나면서 고급차의 공백이 발생했고 그 대안으로 아슬란을 투입한 것 입니다.
그랜저 카드로는 수입차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 층을 잡을 수 없습니다. 예전과 달리 지금 30~40대는 차를 살때 수입차를 당연한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고 4천만원대의 수입차는 그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수입차 역시 젊은 층을 노리면서 4천만원대의 모델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너무 큰 제네시스의 빈자리
국산차에서는 현재 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차량은 아슬란 뿐이 없습니다. 현대차가 선견지명을 가지고 아슬란을 선보인 것은 좋은데, 수입차를 타겟으로 하는 플래그십차를 너무나 안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문제 였습니다. 국내 소비자를 호구로 봐도 너무 호구로 본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현대차의 자만심이 만들어낸 산물이 아슬란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현대차를 하늘에 도왔는지 폭스바겐 사태로 국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던 폭스바겐은 큰 어려움에 처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환경부에서는 수입차 전체로 서류조작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 가면서 수입차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 붙어 있습니다.
만약 폭스바겐이 쓸데 없는 짓만 벌이지 않았다면, 4천만원대 고급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영향력은 더욱 더 강화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렇게 수입차가 시련의 세월을 보내고 있음에도 아슬란의 판매량은 더 하락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미 소비자들은 아슬란에게서 고급차로서의 상품성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고급차에 어울리는 독창성과 성능 품질등을 내세운 차량을 선보였다면 지금 쯤 수입차 부진의 반사이익을 충분히 누리고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 제네시스 G80
아슬란의 부진은 현대차에게 상당히 위협적인 부분입니다. 그랜저 이상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출 차량을 선보이지 않는다면 수입차로 다 넘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 같아도 만약 지금 세단을 구매한다면 그랜저는 아쉽고 한단계 더 높은 차량을 생각할텐데 국산차에서는 대안이 제네시스 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이젠 렉서스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로 타켓팅 된 브랜드라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대차 산하에 있을때 보다는 좀 부담스러워진 위치로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기아 K7 있지만 역시 그랜저 보다 낮은 이미지고, K9도 있지만 이 녀석은 더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차량입니다. 아슬란이 나가 떨어지면서 현재 제네시스의 빈자리에 대한 아무런 대안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요즘 닛산의 플래그십 모델인 맥시마가 판매량을 올려가고 있습니다. 토요타 아발론의 경쟁상대이기도 한 맥시마는 일본 브랜드 3사의 플래그십 모델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으로 월 판매 목표량을 이미 넘어선 상태입니다. 현재 월평균 61대씩 팔려 나가고 있는데 아슬란의 80대를 거의 추격하고 있습니다.
우려했던 모습이 현실화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아슬란의 부진은 상대적으로 일본차 플래그십 판매량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이러니 현대차에서도 아슬란을 그냥 단종시킬 수 없는 것 입니다. 그렇다고 나온자 얼마 안된 차량을 풀체인지 신형으로 대체할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상품성을 크게 개선시킨 부분변경 모델을 빠르면 2017년 후반기에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현재로서는 기존 소소한 부분변경으로 살아남기 힘들고 상품성을 크게 높여 신차급에 가까운 변신을 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그랜저IG가 올 연말에 선보이는데 일단 신형 그랜저 보다 높은 상품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욕심 같아서는 기존 구형 그랜저HG가 아닌 신형 그랜저IG 프레임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면 하는데 모르겠네요. 그렇게 되면 거의 신차급에 가깝기 때문에 그 정도 까지의 변신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그게 안된다며 최근 현대차가 집중하고 있는 고성능 브랜드인 'N' 을 아슬란에 투입 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아슬란 N' 버전을 출시 되면 그나마 수입차와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네요.
이젠 제네시스가 독립해 버리면서 아슬란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습니다. 현대차가 아슬란을 단종 시킬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상품성 개선 모델이 나오는 내년말까지는 계속 굴욕의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겠지만 과연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현대차의 믿음에 과연 보답을 할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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