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동생 신형 그랜저 등장에 잠 못드는 못난 형 아슬란
- 자동차/이야기
- 2016. 10. 22. 08:14
세타2 엔진 파문에 장기파업으로 우울한 한해를 보내고 있는 현대차는 얼마전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하며 그나마 한숨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흩어진 전열을 재정비 하며 앞으로 나올 신형 그랜저(IG)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랜저의 성공은 그동안 현대차를 힘들게 했던 위기론을 한방에 불식 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구원투수가 아닌, 늪에 빠져 있는 현대차를 멱살 쥐고 끌고 나올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기에 현대차가 그랜저에 거는 기대는 상당히 큰데, 과히 모든 것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새옷 입을 것에 신난 동생, 신형 그랜저
그랜저 공개 시점은 현재 25일로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파업등의 영향으로 출시가 연기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기에 정확한 공개 시점은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랜저는 현대차에서 1986년 1세대를 시작으로 지금 판매되는 5세대까지 이어진 차량인데, 지난 9월까지 전세계적으로 185만여대가 판매된 현대차의 대표 브랜드 중에 하나 입니다. 비록 쏘나타, 아반떼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은 것과 반대로 주로 국내에서만 폭발적 인기를 얻긴 했지만 그래서 국내에서는 더욱 중요한 모델 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특히 다른 어떤 나라보다 그랜저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5세대 옷을 벗고 6년만에 6세대로 새변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의 대스타인 그랜저의 등장에 시장은 폭풍전야와 같은 암운이 낮게 깔리고 있습니다. 모두들 숨죽여서 그랜저의 새변신을 주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긴장을 하는 것은 준대형차 시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난 번 포스팅에서 한차례 이야기를 했지만 기아 K7, 한국지엠 임팔라, 르노삼성 SM6 이 직접적인 경쟁상대다 보니 가장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K7' 은 한지붕 아래 같은 가족이니 팀길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을거고, '임팔라'는 회사가 판매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 같고, 'SM7' 는 그냥 쭉~ 험한 길을 걸어 왔기에 크게 개의치 않을 것 같습니다.
공개 임박한 신형 그랜저, 답 없는 임팔라 2가지 문제점
경쟁자 입장에서 게임의 상대가 되야 긴장을 하는데 어쩌면 너무 강력한 경쟁자라 오히려 별 걱정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지금 현재 준대형 1위를 달리는 K7 은 걱정을 하겠지만 1위를 지킨다는 것 보다는 얼마나 작은 차이로 2위를 지켜낼 수 있을 까 하는 고민일 것 같습니다.
잠 못드는 못난 형 아슬란
제 생각에는 오히려 지금 제일 걱정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차량은 같은 회사의 아슬란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왜 아슬란은 잘난 동생 그랜저의 새 변신에 안절부절 못 하며 잠 못드는 밤을 지새고 있을까요?
아슬란이 처음 출시만 될때도 그랜저에게는 참 멋진 형이었습니다. 4천만원대의 수입차의 공세를 막기 위해 등장한 아슬란은 현대차 가문의 동생들에게는 그저 선망의 존재 였을 겁니다. 위로는 제네시스, 에쿠스 큰 형들도 있긴 하지만 그 형들은 완전히 럭셔리 세단으로 분류가 되고 있기에 좀 먼~ 형으로 생각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슬란 판매량 |
|
6월 |
158대 |
7월 |
80대 |
8월 | 91대 |
9월 | 98대 |
하지만 그렇게 잘나 보였던 형 아슬란은 시장에 나오자 마자 굴욕적인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연간 판매 목표량 완수는 둘째 치고 끝없이 추락하는 판매량에 단종까지 걱정하는 처지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추락 하다 못해 이젠 월 판매량이 두자리수로 내려간 상태로 i40 와 꼴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시후 7월 역대최저인 80대가 판매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현대차에서도 아슬란을 살리기 위해서 온갖 방편을 동원하고 노력 했지만 하는 처방 마다 다 실패하고 현재로는 답이 없는 상태로 머물러 있습니다. 제가 지난번 포스팅에서 답없는 임팔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어찌보면 아슬란은 임팔라 보다 더 답이 없는 차량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매자의 평판도 나쁘지 않은데 아슬란은 정말 신기하다고 할 정도로 안 팔리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계속 단종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대차의 지금 입장에서는 당분간은 아슬란을 단종 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위 제네시스 G80, 아래 EQ900 (떠난 두 형들)
그도 그럴것이 아직은 현대차에서 아슬란이라는 존재가 필요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네시스, 에쿠스가 제네시스 브랜드로 독립해서 나가지 않았다면 단종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릴 수 있겠지만 현재 제네시스, 에쿠스가 사라 졌습니다. 플래그십의 부재인데 그 역할을 아슬란이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현대차는 아슬란을 개발 할때부터 제네시스의 빈 자리를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랜저에게 맡기기에는 고급성이 떨어지기에 아슬란이 잘 막아 줄 것으로 생각 했지만 그것은 현대차의 판단착오 였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제네시스의 후임을 맡기려 했다면 지금 보다 더 고급스러워야 했고 또 그랜저의 냄새를 최대한 배제 했어야 했습니다. 아슬란은 그랜저(HG)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슬란을 그랜저에 껍데기만 바꾸고 가격만 높인 차량으로 소비자들은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차별화에 실패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랜저와 성능이나 편의사양 등 별다를 게 없는 상황에서 단지 디자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호락 호락 넘어갈 정도로 멍청하지 않습니다. 예전 보다 더 똑똑해졌고 현대차에 대한 반감이 높은 상황이라 확실히 그랜저와 차별되는 상품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냥 '와~ 새로운 차다' 하고 예전 처럼 무조건 지갑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출시때 최소한 8단 전륜 변속기라도 장착을 했다면 6단을 단 그랜저와 그래도 차별성을 둘 수 있었는데 말이죠 . 그래서 현대는 이번에 연식 변경된 '2017 아슬란' 에 8단 변속기를 달고 람다2 개선엔진을 달아 줬습니다. 초반에 달아줘야 할 것을 너무 늦게 달아 준 것 입니다. 보통 연식 변경을 할때는 큰 변화가 없는데 아슬란 같은 경우는 부분변경급의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 만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늦은 약발이 통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나올 신형 그랜저에도 8단 변속기를 달고 나올 예정이니 말입니다. 현재 6세대 그랜저의 파워트레인은 5가지 라인업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신형 그랜저 엔진 라인업
가솔린 2.4 GDi, 3.0 GDi,
디젤 R2.2 e-VGT, LPG 3.0 LPi,
하이브리드 모델
아슬란, 더욱 약해진 경쟁력
이 중에서 3.0 가솔린과 2.2 디젤 모델에는 전륜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고 하니 아슬란이 가지는 차별성은 또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랜저가 1년만 늦게 나왔어도 지금 장착한 8단 변속기의 차별성을 그래도 가져 갈 수 있었는데 넣자 마자 바로 그랜저가 새옷을 갈아 입고 등장을 하네요.
참 타이밍도 안 맞네요. 아슬란과 현대차는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일 것 같습니다. 그랜저가 8단 자동변속기를 단 것도 우울하지만 현재 탑재되는 기술을 보면 아슬란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최첨단 기능을 마구 탑재할 예정입니다.
원래 제네시스 보급형이 아슬란이 됐어야 했는데 오히려 그랜저가 앞으로 제네시스 보급형 모델로 불려지게 될 것 같습니다. 외형부터 일단 제네시스 G80 과 많이 닮았습니다. 그리고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라운드뷰시스템, 제네시스에 들어간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 스탠드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보행자 인식 가능한 긴급제동시스템, 차선유지장치(LKAS), 3세대 어드벤스드 에어백 등 제네시스가 부럽지 않은 최첨단 기술이 대거 탑재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슬란의 첨단 기술은 신형 그랜저와 비교하면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보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 신형 그랜저는 디자인, 편의/안전사양, 파워트레인 등 여러가지 요소에 있어서도 아슬란 보다 더 장점이 많은 차량이 되었습니다. 출시 훌 6년이 지난 지금의 낡은 5세대 그랜저에게도 밀렸던 아슬란은 살아날 가능성은 더욱 줄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슬란의 뼈대는 그랜저(HG)의 것을 하고 있고 신형 그랜저는 더 강성이 높아진 개선된 뼈대(플랫폼)로 더욱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아슬란의 미래는?
신형 그랜저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 끌수록 아슬란은 소외 될 수 밖에 없고 지금의 판매량 보다 더 떨어지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특히나 두 차량은 생산라인이 겹치기 때문에 그랜저가 높은 인기로 공급이 딸린다면 아슬란의 생산을 더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판매량은 더욱 줄어둘 수 밖에 없겠죠?
단종은 절대 없다고 외치고 있지만 두자리 수 판매량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면 현대차로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없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명색이 플래그십 차량인데 계속 되는 부진은 현대차 하위 라인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식으로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동생 그랜저는 새로운 옷을 입는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있겠지만, 큰 형 아슬란은 자신의 마지막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에 잠 못드는 밤을 지새고 있을 것 같네요.
두 차량 모두 건재해서 소비자들에게 다양성과 선택지를 준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내년말에 풀체인지에 가까운 아슬란을 선보이며 현대차는 권토중래를 꿈 꾸지만 과연 그때까지 시간은 기다려 줄까요?
by 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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