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마저 떠나는 한국GM, 어디로 가나?
- 자동차/이야기
- 2017. 7. 4. 08:17
국내 자동차 시장의 부진이 좀처럼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완성차 5개사의 6월 내수 판매량은 13만9842대로 작년 동월 대비 13.2% 하락 했습니다. 그중에 쌍용차만 홀로 상승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고 나머지 회사들은 모두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회사는 한국GM 입니다. 전년 대비 내수 시장에서 무려 36.6% 하락 했는데 좀처럼 위기속에서 빠져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 까지만 해도 비교적 잘 나갔던 한국GM은 2017년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내우외환에 빠지면서 외부에서 볼 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는 것 처럼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한국GM 6월 국내 판매량
2016년 6월 18,058대
2017년 6월 11,455대
2017년 5월 11,854대
전년 동월 대비 -36.6%
지난 5월 대비 -3.4%
한국GM 6월 판매량을 보면 전년 대비 36.6%, 전월 대비 3.4% 하락 했습니다.
이제 판매량이 점점 떨어지면서 1만대 접근이 점점 가까워지는 분위기 입니다.
지금까지 확고부동한 3위 자리를 지켜오던 한국GM 이었지만 이런식의 계속되는 부진 속에서 3위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어느새 괴물이 되어 버린 쌍용차가 무서운 속도로 3위 자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5월 판매량만 놓고 보면 이젠 쌍용차와 한국GM의 격차는 920대에 불과 합니다.
그 격차를 많이 벌려놔야 3위 자리를 지킬 수 있는데 그런 역할을 할 차량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 쌍용 티볼리
쌍용차가 티볼리의 역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는데 반해 한국GM 모델들 중에 그런 신호탄을 쏘아 올려줄 차량은 현재로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GM에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중인 차량은 스파크로 6월에 3925대가 판매 되었습니다.
한국GM 주요모델 6월 판매량
스파크 3,925대 (+6.6%)
말리부 2,879대 (-18.0%)
신형 크루즈 1,434대 (+23.6%)
트랙스 1,071대 (-8.1%)
보시는 것 처럼 주력 차종의 판매량 성적이 별로 좋지 못합니다. 총 13개 차종이 판매가 되고 있는데 1천대를 넘어서는 모델은 위에 소개한 단 4개 차종에 불과 합니다.
▲ 한국GM 주력 4개 모델
그래도 이들 차종이 상승세에 있다고 하면 희망을 가져 볼만 하겠습니다. 하지만 전월에 비해서 23% 상승한 신형 크루즈의 판매량이 겨우 1434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3월에 등장한 신차가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 한다는 것은 사실상 신차 효과가 끝난거라 볼 수 있습니다. 정말 기대할 것이 하나 없는 것이 지금의 한국GM 입니다.
그런데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정말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딱 생각나는 쇼킹한 뉴스가 어제 전해졌습니다.
수장도 버린 한국GM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돌연 사임을 표명 한 것 입니다.
▲ 한국GM 제임스 김 사장
정말 예측하지 못한 시나리오라서 뉴스를 보고 저도 깜짝 놀랐는데 정말 한국GM 직원들의 충격은 어떨지 가늠이 안되네요.
쉽게 이야기해서 태풍 속에서 흔들리는 배를 구해야 선장이 그냥 배를 두고 탈출을 한 것과 같은 상황 입니다.
제임스 김 사장은 한국GM을 떠나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암참) 회장 겸 CEO 로 자리를 옮긴다고 합니다.
지난해 1월 CEO에 취임을 했는데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불과 1년 반만에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GM 수장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을 보여 준 것 같은데 이렇게 조금은 무책임 하게 회사를 떠나는 모습이 실망 스럽네요. 그래도 뭔가를 기대한 부분이 있는데 말입니다.
박수칠때 떠나는 모양세라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배가 침몰의 위기속에 있는 상황이라서 부정적인 시각이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제임스 김 사장은 임기 중에는 한국GM의 부흥을 이끌었다는 평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작녁까지는 말이죠.
▲ 스파크
▲ 신형 말리부
작년만 하더라도 한국GM은 좋았습니다. 신형 말리부가 나름 선전을 펼치며 중형차 시장에서 쏘나타에 이어서 2위까지 오른 적이 있었고 신형 스파크는 모닝을 제치고 경차 1위에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 작년 내수 시장에서 한국GM은 18만275대를 판매하면서 점유율 9.9%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2년 회사가 출범한 이후 연간 최대 실적이었습니다.
이런 상승세에 힘입어서 올해는 점유율 두자리 수 돌파 목표를 세우는 등 한국GM 부활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맑음, 올해 먹구름
하지만 딱 거기까지 였습니다.
2017년이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나쁘게 흐르기 시작 했습니다.
6월까지 스파크 판매량은 23,937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3% 하락을 하면서 모닝과의 경쟁에서 힘을 잃었고, 말리부도 6월 2879대로 전년 동월 대비 -54.4%, 전월 대비 -18.0% 하락을 했습니다.
부활의 선봉장이었던 두 차량이 흔들리니 한국GM 역시 흔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신형 크루즈
스파크, 말리부, 크루즈 모두 부진
그리고 가장 큰 타격을 주었던 것은 믿었던 신형 크루즈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신형 크루즈는 올해 3월에 출시가 되었는데 출시되기 전 부터 높은 가격 때문에 논란이 있었고, 또한 부품 결함으로 생산을 멈추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가격을 200만원 내리고 출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논란 속에서 신차의 매력인 신선함은 이미 사라진 뒤 였습니다. 출시 후 4개월 월평균 판매량이 1500여대에 불과한 실정 입니다.
아반떼의 강력한 위협이 될 거란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현재 준중형 판매량에서 아반떼, SM3에 이어서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크루즈의 실패는 한국GM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크루즈 하나로 올해를 버텨볼 재간이었는데 나오자 마자 신차 효과가 사라지면서 남은 시간동안 분위기를 이끌 차량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 에퀴녹스
현재 공식적으로 앞으로 나올 신차는 없는 상태 입니다.
중형SUV 에퀴녹스가 하반기에 나온다는 루머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루머로 끝날 것 같기에 어렵지만 2017년 유일한 신차 크루즈로 버텨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슬슬 파업 기지개 펴는 노조
이렇게 판매량 둔화가 심화 되어가고 있는 마당에 또 하나의 악재가 꿈틀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와 함께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한국GM 노조가 슬슬 '여름파업(하투)' 준비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29일 11차 임금 교섭을 마친 다음 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고 6∼7일에는 조합원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회사는 지금 폭풍 속에서 생사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선원들은 침몰하는 배를 구하기 보다는 월급 올려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선원들이 이러고 있으니 선장(CEO)도 마음편하게 배를 버리고 탈출을 결심한게 아닐까요?
다른 건 손발이 안 맞는데 이런 건 딱딱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 같습니다. 부창부수가 따로 없네요.
▲ 트랙스
제임스김 사장이 사퇴를 결정 하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큰 것이 노조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외국계 CEO가 한국에서 가장 어려워 하는 것이 노조와의 관계인데 이왕 사퇴를 결심한 마당에 본격적인 노사분규가 시작되기 전에 빠르게 결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매년 되풀이되는 강성노조의 요구에 극도의 피곤함을 느꼈을 가능성이 큽니다.
판매량 부진과 계속되는 적자, 투쟁 일변도의 강성 노조는 외부에서 보는 현재 한국GM의 모습 입니다. 모기업인 미국GM은 현재 수익이 나지 않고 비전이 없는 지역에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유럽, 인도, 남아공 시장에서 과감하게 철수를 했고 다음 구조조정에 들어갈 곳으로 한국GM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말 한국GM은 지금 바람앞에 등불과 같은 신세 입니다.
엉망으로 꼬인 실타래가 풀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 실마리를 풀어야 할 수장마저 회사를 떠난다고 하니 정말 말 그대로 답이 없는 '노답' 상태입니다.
이제 당분간 한국GM은 선장이 없는 상태로 폭풍속에서 항해를 해야 합니다. 추후 누가 그 자리를 맡을지 모르겠지만 '독이 든 성배'라서 과연 그 자리에 누가 선듯 앉으려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한국GM 철수설 이야기를 하면서도 실현이 될 거란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는데 이젠 돌아가는 상황이 그렇게 되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게 흐르고 있습니다.
선장과 선원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발을 빼는 '한국GM호' 는 과연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을까요?
by 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