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 주저하는 현대차, 속전속결 벤츠
- 자동차/이야기
- 2017. 7. 10. 08:04
현대기아차가 미국,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부진의 이유로 지목받는 것 중에 하나가 부족한 라인업 입니다. 현재 자동차 시장의 트랜드는 승용차에서 SUV로 빠르게 이동 중인데, 현대기아차는 상대적으로 낮은 SUV 라인업 구성으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SUV 라인업을 늘리기 위해서 신차를 속속 출시하고 있는데 최근 공개된 코나와 스토닉이 그런 움직임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승용차 시장에 매진을 하다가 뒤늦게 SUV 라인업을 늘리려고 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게 새로운 신차를 만든다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트랜드를 예측하고 실행할 수 있는 빠른 인사이트가 필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SUV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측 해서 빠르게 대응을 했다면 지금과 같이 메이저 시장에서 부진에 시달리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 현대 맥스크루즈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의 빠른 결정과 실행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는데 현대차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부족했고 그 결과 미국,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미 시장은 SUV 트랜드를 예측하고 빠르게 움직인 회사들에 의해서 판매량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 현대 코나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자꾸만 사드보복으로 돌리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경쟁력 있는 차량들의 부족, 그 중에서 SUV 모델이 다양하지 못한 영향이 큽니다.
오히려 SUV 시장에 집중했던 중국 로컬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고 현대차는 그 경쟁에서 소외되어 가고 있습니다.
▲ 현대 투싼
이렇게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고 주저하고 망설이다 얻게된 결과는 상당히 뼈아프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또 한번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 하려는 것 같습니다.
주저함 때문에 SUV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번에는 '픽업트럭'에서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는 것 같아 걱정 입니다.
▲포드 F150
현재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SUV 이후를 대비해 픽업트럭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픽업트럭 시장 진출에 있어서 돌다리도 두드리고 걷는 신중함으로 상당히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픽업트럭 시장은 아직 현대차가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장이고 이와 관련된 기술도 부족한게 사실이기에 이런 신중한 접근도 이해가 가는 것도 사실 입니다. 하지만 너무 간을 보며 주저하는 것 같네요.
현대차가 너무 깊은 신중함으로 픽업트럭 시장을 보는 동안 라이벌 업체들은 픽업트럭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 쉐보레 실버라도
픽업트럭 시장은 미국차 빅3가 꽉 잡고 있어서 진출하기가 쉽지 않은 세그먼트임은 분명 합니다.
하지만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수익성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는 픽업트럭 시장 진출은 꼭 필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 토요타 툰드라
▲ 닛산 타이탄
미국 빅3가 장악하는 픽업트럭 시장을 일본차는 오래전부터 공략해 왔고 지금은 그 결실을 보고 있습니다.
일본차는 북미 시장에서도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지만 픽업트럭 인기가 높은 아세안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차와 일본차가 장악을 하고 있는 픽업 시장에 최근 이쪽과는 관계가 없을 거란 생각했던 유럽 자동차 회사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럭셔리카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새로운 'X클래스'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픽업트럭 시장 진출의 서막을 예고 했습니다.
작년에 픽업트럭 시장을 진출을 선언하며 컨셉카를 공개 했는데 벌써 양산차 개발을 완료 했고 곧 시장에 투입 한다고 하니 상당히 빠른 행보에 그저 놀랄 뿐 입니다.
▲ 벤츠 X클래스 티저 이미지(캡쳐)
단 한대의 픽업트럭도 만들어 본 경험도 없는 벤츠는 시장의 생각보다 아주 빠르게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하는 민첩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 벤츠의 도전을 듣고 시장에서 X클래스를 만나려면 시간이 걸리겠구나 했는데 그런 제가 틀렸습니다.
X클래스는 18일 그 실체가 공개가 됩니다.
벤츠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걸까요?
▲ 벤츠 X클래스 컨셉모델
벤츠는 현대차 처럼 고민하고 심사숙고 하며 간을 보기 보다는 일단 '선 진출 후 고민' 방식을 따른 것 같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트랜드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그래서 이 분야에서 기술이 부족한 벤츠가 선택한 것은 독자 개발 대신에 남의 도움을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벤츠가 이런 방식을 따를 것이란 생각을 못했는데 이렇게 자존심을 버리고 실리를 선택한 결과 빠르게 시장에 진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닛산 나바라
이번에 공개될 벤츠 X클래스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도움을 받아서 탄생이 되었는데, 글로벌 픽업트럭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닛산 나바라(NP300 또는 프론티어)를 베이스로 개발이 되었습니다.
나바라는 프랑스 르노에서 판매하는 픽업트럭 '알라스칸'의 베이스가 되는 차량이기도 합니다.
▲ 르노 알라스칸
일본차를 '나바라'의 기본 뼈대 위에 벤츠의 감성을 더 해서 만들어진 것이 X클래스 입니다.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막강한 벤츠가 일본차와 이런 동행을 감행할지는 몰랐는데 과감한 결단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벤츠 X클래스 스파이샷
벤츠는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서 과감한 선택을 했지만 이번에 공개될 X클래서는 벤츠의 DNA를 듬뿍 넣어서 닛산 나라바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온다고 하니 기대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X클래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닛산 공장과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 있는 르노 공장에서 생산되고 판매는 남미, 아프리카, 호주 시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픽업트럭 최대 격전지인 북미 시장 진출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높은 관세(25%)의 영향이 큽니다.
일단 다른 지역에서 경험과 경쟁력을 쌓은 후에 독자개발한 풀사이즈 럭셔리 모델을 들고 추후에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것으로 보입니다.
벤츠가 이렇게 다른 회사의 기술을 빌려서 픽업트럭 시장에 뛰어들면서 라이벌 업체들도 이젠 발등의 불이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럭셔리카 브랜드와 픽업트럭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는데 벤츠가 그런 편견을 깨버리면서 시장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픽업트럭 시장 진출은 절대 없다고 이야기 해왔던 BMW도 이젠 마음을 바꾸고 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 입니다.
속전속결로 벤츠가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을 보면서 충격을 먹었을 것 같은데 BMW 도 일본 도요타와 손을 잡고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픽업트럭 부분에서 경험이 전무한 유럽차 브랜드는 일본차와 협력 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 일본차가 독점하는 시장이라 여겼던 픽업트럭을 이젠 유럽차 브랜드가 노리고 진출하고 있습니다.
▲ 현대 싼타크루즈 픽업트럭 컨셉카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앞에서 말했듯이 여전히 관망하고 주저 하면서 보면서 선뜻 진출을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고 부족하고 경험도 없기에 주저하는 것은 이해 하지만 시장은 아쉽게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모습으로 독자개발을 하기 보다는 벤츠 처럼 기술이 있는 회사들과 협력을 해서 진출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이미 2년전에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싼타크루즈 픽업컨셉카를 공개 했지만 그 이후 개발에 대한 소식이 전무한 상태 입니다.
양산 소식은 없고 내부적으로 검토만 하고 있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검토만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과감하고 빠른 결단이 필요한 시점 입니다.
이미 국내에서는 쌍용차가 무구공산에 가까운 픽업트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올 하반기에 새로운 대형 픽업트럭 'Q200'을 출시 합니다.
G4 렉스턴을 베이스로 개발된 차량인데 기존 코란도 스포츠와 함께 추가로 투입 된다면 확실히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쌍용차가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티볼리에서 보듯이 시장 선점효과는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현대기아차는 늦은 대응으로 SUV 시장에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픽업트럭 시장에서는 좀 더 과감하고 빠른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지체 하다가는 라이벌들이 시장을 다 장악한 뒤라서 신차를 출시한다고 해도 큰 수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 집중 하는 것도 좋지만 그와 함께 대형SUV, 픽업트럭 시장도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에 효율적이고 빠른 '투트랙'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by 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