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Jeep) 노리는 중국차, 현대차는 안될까?
- 자동차/이야기
- 2017. 8. 23. 08:30
얼마전에 스웨덴 자동차 회사인 볼보를 인수한 중국차 지리(Geely)가 맹활약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현대차가 볼보를 인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운 소견을 밝힌적이 있습니다. 매력적인 매물인 재규어-랜드로버, 볼보는 이미 인도의 타타그룹 그리고 중국의 지리에 인수가 된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더 이상 현대차가 인수를 위해서 지갑을 연다고 해도 인수할 만한 알찬 자동차 회사가 없는 상태 입니다.
그런 가운데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자동차 매물이 시장에 나왔습니다.
미국 빅3 브랜드 중에 하나인 'FCA(Fiat Chrysler Automobiles)'인데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인 피아트가 미국 크라이슬러를 2014년 인수해서 탄생한 거대 기업입니다.
크라이슬러 같은 경우 1998년 벤츠로 유명한 독일 다임러 벤츠가 무려 386억 달러에 인수 했던 브랜드인데 2014년 피아트에 다시 인수가 된 이후 또 다시 매물로 나오는 등 부침이 심하네요.
다임러 벤츠도 크라이슬러 인수후 막대한 타격을 받고 피아트에 매각을 했는데 피아트 역시 크라이슬러 살리기에 실패를 했습니다.
사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한다고 했을때부터 이런 우울한 미래를 어느정도 예상 했던게 사실입니다.
잘나가는 다임러-벤츠도 인수 후 큰 손해를 보고 손을 든 상황인데 부실 부실한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살릴 가능성은 정말 희박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크라이슬러 인수 후 아주 빠른 속도로 피아트 뿐만 아니라 FAC 전체가 부진에 빠지는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크라이슬러의 저주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사실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FCA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지는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직까지 선뜻 인수 하겠다는 회사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FCA는 2015년 부터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에게 인수좀 해달라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하고 있습니다. 2015년 미국 GM에게 인수 제안을 했지만 메리 바라 GM CEO 에게 단칼에 거절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후 폭스바겐, 토요타, 포드 같은 기업들도 FCA 인수와 관련되어서 이야기가 나왔지만 모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독일 다임러-벤츠와 이탈리아 피아트가 인수한 이후 모두 실패를 경험한 전적이 있는 매물이라 솔직히 시장에서 별 인기는 없어 보이네요.
그런 가운데 자동차 굴기를 외치며 자동차 산업에 돈을 쏟아붇고 있는 중국차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 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하고 있는 중국차 업체들에게 FCA는 매력적인 매물일 수 있습니다.
FCA 산하 브랜드로는 지프(Jeep), 란치아, 알파로메오, 크라이슬러, 닷지, 마세라티 등이 있는데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국차 브랜드 입장에서모두 매력적인 브랜드인 것이 사실 입니다.
이중에서 크라이슬러 산하에 있는 지프(Jeep) 가 현재 가장 매력적인 매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크라이슬러는 지프, 닷지, SRT 이렇게 새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중에서 SUV/오프로드 전문 브랜드인 '지프'가 RV 차량의 높은 인기에 힘 입어서 중국차 브랜드의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 하발 H6
현재 지프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은 중국 최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제조업체 장성(長城·Great Wall)자동차 입니다.
국내에서는 전혀 인지도가 없는 회사지만 중국에서는 SUV 부분에 있어서 명성이 높은 회사입니다. 특히 하발 브랜드에 나온 'H6' 모델 같은 경우 중국 SUV 전체에서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중국내에서 5위권에 속하는 회사 입니다.
왕펑잉(王凤英) 장성기차 사장은 21일(현지 시각)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FCA 산하 브랜드인 지프 인수에 관심이 있고 사들일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FCA와 연락 중이라고 하는데 FCA는 현재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제안 받은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 좌:왕펑잉 CEO 우:세르지로 마르치오네 FCA 회장
장성기차는 지프를 인수하고 글로벌 최대 SUV 브랜드로 도약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프를 인수 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인수 하려는 지프 브랜드의 시가 총액은 335억달러(약 38조원)로 장성 기차의 시가총액보다 무려 120배나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차 브랜드 지리도 매출액의 20배가 넘는 스웨덴 볼보를 인수한 전력이 있기에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습니다.
장성차 역시 인수자금 만드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으니 서프라이즈 인수합병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 걸림돌은 FCA 가 매력적인 지프 브랜드를 과연 매각할 것인가 하는 것 입니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FCA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암스테르담에서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지프의 독자 생존에 강한 의지를 나타낸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프, 마세라티, 페라리 같은 매력적인 매물은 때어내고 판매를 하려고 하기에 FCA 인수는 앞으로도 난항을 격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성자동차 뿐만 아니라 지리, 동펑, 광저우 자동차 같은 중국차 브랜드가 FCA 인수와 관련되서 계속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현듯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현대차는 안될까?'
글로벌 판매량 5위를 달리는 현대차 그룹이 FCA를 인수하면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미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인수를 하지 않은 전력이 있기에 이번에는 인수를 하라는 네티즌이 의견들이 종종 뉴스의 댓글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FCA를 인수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미 자신들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고 FCA 같은 경우 현대차가 인수해도 시너지 효과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매력적인 매물인 페라리, 지프, 마세라티 같은 고급차 브랜드는 매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 지프 인기모델 루비콘
이미 벤츠, 피아트가 크라이슬러 인수 후에 당하고 있는 고난을 알기에 인수 가능성은 제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게다가 요즘 현대차가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 인수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SUV 라인업이 부족한 현대차에게 지프는 매력적인 매물인 것은 맞습니다. 만약 지프만 따로 빼서 매각을 한다고 하면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게다가 글로벌 판매량 5위에서 6위로 밀려날 처지이기에 인수를 통해서 규모와 덩치를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는 생각해도 인수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현대차라 별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워낙 꿀 매물이었던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가 지나간 상태라 그 후 나오는 매물에 별 마음이 가진 않습니다.
그리고 현대차가 FCA 인수가 힘든 이유는 또 있습니다.
FCA 인수와 관련해서 현대-기아차가 오르 내리고 있긴 하지만 세르지오 마르키오네 회장이 현대차와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한국 기업과는 합병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세르지오 회장이 인종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GM, 폭스바겐 등 미국, 유럽 브랜드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한국차는 안된다니.. 아직 제대로 밑바닥을 경험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처럼 인수 회사 없이 계속 가다간 그룹 전체가 망할 가능성이 큰데 막판에 가서는 현대차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인수해달라고 할 것 같은데 말이죠.
갈수록 미궁에 빠지고 있는 FCA 인수전과 새로운 인수자로 등장하기 시작한 중국차, 과연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까요?
독이 든 성배를 과연 누가 마실지 점점 흥미진진해집니다.
by 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