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0 그늘에 가린 스팅어, 지겨운 서자의 멍에
- 자동차/이야기
- 2017. 12. 15. 08:17
한국 소비자들이 현대차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나오는 신차들마다 족족 연타석 홈런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G90, EQ900에 이어서 가장 최근에 출시된 막내 G70 역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만들어내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네시스 형제들이 다 좋은 성적을 만들어냈기에 G70의 성공도 어느정도 예견되었던 것이 사실 입니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만들어진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국내에서 빠르게 정착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상당히 흐믓해 할 것 같습니다.
▲ G70
사실상 제네시스의 첫번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G70의 초반 분위기가 상당히 좋은데 9월 20일 출시된 이후 누적 계약 대수가 5천대를 넘었습니다.
이미 올해 판매 목표인 5천대를 달성한 상황입니다.
10월 958대를 시작으로 11월엔 66.1% 상승한 1,591대 판매량을 기록 하면서 벌써 2,935대가 판매 되었습니다.
G70 판매량
10월 958대
11월 1,591대
이렇게 G70이 빠르게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서 현대차는 축배를 들고 있지만 같은 가족인 기아차는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G70과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는 기아 스팅어는 G70보다 한발 일찍 시장에 등장 했지만 성적이 별로 좋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스팅어
기아차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으로 자체 엠블럼을 다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적은 기대처럼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스팅어는 지난 6월 출시가 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불안요소 입니다.
스팅어 판매량
6월 1,322대
7월 1,040대
8월 711대
9월 765대
10월 741대
11월 718대
6월 판매량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월 판매량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700여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G70이 본격적으로 판매가 된 11월에 판매량이 많이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0월은 추석 연휴가 있어서 대부분의 차량들 판매량이 크게 떨어졌는데 추석이 끝난 11월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은 심각하게 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제 G70이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스팅어의 판매량은 더 가파르게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스팅어의 부진은 어느정도 예상이 되었습니다.
G70이 출시 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판매 하면서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주 목표였는데 지금 흘러가는 그림을 봐서는 기아차의 계획은 실패로 끝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스팅어가 부진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은 G70, 스팅어는 한 뿌리에서 파생된 차량이기 때문입니다.
이름과 디자인에 있어서 차별성은 두었지만 동일한 엔진, 변속기,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고 동력성능은 99.9% 똑 같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출시 전 부터 두 차량의 컨셉이 다르다고 특별히 강조해왔습니다.
G70은 '스포츠 세단'이고 스팅어는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으로 포지셔닝된 차량이라고 외쳤지만 소비자들이 보기엔 그냥 말 장난이고 두 차량은 그냥 똑 같은 차로 인식을 할 뿐 입니다.
▲ 스팅어 엔진룸
▲ G70 엔진룸
엔진이나 변속기를 달리해서 만들었다면 이런 차별성을 내세울 수 있겠지만 차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동력성능이 똑 같은 마당에 아무리 두 차량이 다르다고 외쳐도 소비자들은 수긍하지 않습니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마케팅으로 두 차량을 모두 살려보려고 애를 썼지만, 이미 예상한대로 G70은 성공할 것이고 스팅어는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 같습니다. 결국 한 차량은 희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아차가 확실한 브랜드 파워가 있고 자기만의 컬러가 있으면 이런 차별화 전략이 먹힐 수 있지만 아쉽게도 현대차에 인수된 이후 자기만의 컬러를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소비자들은 비슷한 가격이라면 '진짜'를 찾을 수 밖에 없고 그것은 G70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서자'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아차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비싼돈 주고 스팅어를 사서 자랑하고 싶어도 주위에선 그저 G70의 아류 모델이라고 치부할테니 말입니다.
현대차에서 욕심을 버리고 스팅어에 G70보다 좀 더 좋은 기능들을 달아주었다면 또 모르겠네요. 하지만 현대차는 기아차를 살리기 보다는 제네시스를 성공 시키는 것이 더 우선이었습니다.
결국 최신 기능등을 스팅어보다 G70에 더 넣어서 출시를 했습니다. 인공지능 '카카오 AI' 플랫폼이 그렇고 EQ900에만 장착된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이 그렇습니다.
사실상 스팅어가 G70 보다 우위에 있는 것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유일하게 디자인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제가 보기엔 디자인에 있어서도 G70을 압도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취향의 문제겠지만 도로를 달리는 스팅어를 보면서 멋지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디자인만 확실하게 잘 나왔어도 차별성을 내세울 수 있었는데 이런 점은 아쉽네요. 솔직히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실물이 더 별로였습니다.
지금 스팅어의 부진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초기 예측에 실패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당초 가솔린 터보 2.0 모델을 주력으로 했는데 실제로는 3.3모델의 판매량이 더 커서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부분이 지금의 부진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습니다.
▲ 해외 판매용 스팅어
하지만 출시된지 시간이 꽤 지났고 초기 예측 실패로 스팅어의 부진을 변명하기에는 충분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초반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제네시스 G70이 인기를 얻으면 스팅어의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고 G70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 반대 현상이 일어나겠죠?
두 차량이 동반 성장하는 모습은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스팅어가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되면서 물량공급의 어려움도 생길 수 있습니다. 지난달 스팅어의 해외 판매 실적은 5,472대로 국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아무래도 기아를 바라보는 시각이 국내보다는 해외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현대차의 그림자가 너무 크기에 기아차가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미국에 판매 시작한 스팅어
이젠 미국에도 도전장을 던졌는데 미국 시장에서 12월 판매량이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기아의 프리미엄 차량들이 미국에서 성적들이 워낙 안 좋았기에 스팅어 역시 개인적으론 큰 기대를 하진 않고 있습니다.
기아차의 야심찬 모델인 스팅어가 G70의 그늘에 가려서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언제쯤 현대차의 그늘에서 벗어나 제대로 기아차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이런 모습을 볼때마다 기아차가 현대차에 인수된 것이 아쉽게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스팅어가 국내서는 G70 때문에 제대로 날개를 펼 수 없다면 부디 해외시장에서 맹활약 하면서 국내서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by 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