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볼보, 중국 지리차 보면서 배아픈 이유
- 자동차/이야기
- 2018. 3. 7. 08:38
개인적으로 자동차 회사에 대해서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신경이 쓰이는 일부 브랜드가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주시하고 있는 브랜드로 요즘 잘 나가는 것을 볼때마다 그냥 배가 아프고 뭔가 짜증이 난다고 할까요?
제가 볼때마다 신경이 쓰이는 브랜드는 스웨덴의 볼보(VOLVO)와 중국의 지리(GEELY) 입니다. 볼보는 모두 다 아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지만 중국 지리차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볼보는 요즘 장난 아니게 잘 나가고 있습니다. 국내서도 볼보차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인데 해외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 볼보는 정말 기쁜 상을 하나 수상 했습니다. 사실 기아차도 내심 기대했던 상이었는데 그 상은 결국 볼보에게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기아 스팅어가 그 상을 수상해서 한국차의 자존심을 세워주길 기대했는데 아쉽네요.
▲ XC40
볼보는 XC40으로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 발표된 '유럽 올해의 차 (European Car of The Year)'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설마 볼보가 받을까 했는데 정말 볼보가 수상을 했네요.
BMW 5시리즈가 받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요즘 볼보가 뭔가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네요.
판매량 뿐만 아니라 이렇게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볼보의 시대를 열어가는 듯 보입니다.
▲ 볼보 XC40
XC40은 볼보의 막내 SUV 라인업으로 325개의 표를 얻으며 226표의 BMW 5시리즈, 242표의 세아트 이비자를 제치고 수상에 성공 했습니다.
총 7개의 차량이 후보로 경합을 벌였는데 그 중에 하나는 '기아 스팅어' 였습니다.
볼보는 SUV 라인업의 맏형인 XC90이 모터트렌드 '올해의 SUV' 과 '북미 올해의 트럭'(North America Truck of The Year)을 수상했습니다.
▲ XC90
▲ XC60
그리고 둘째 형인 XC60도 '북미 올해의 트럭' 에서 유틸리티 부분에서 수상을 하는 등 온 가족이 축포를 쏘아 올리고 있는데 이젠 막둥이인 XC40 마저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 하면서 대미를 장식 했습니다.
정말 올해는 볼보의 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 될 정도로 볼보는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정말 몇년전만 해도 포드에서 버린 후 인수합병 시장에서 처량하게 떠돌던 그 볼보가 맞나 싶습니다.
그 시절만 해도 볼보의 역사도 쓸쓸하게 막을 내리는가 싶었는데 이렇게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하며 전성기를 누릴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런 볼보의 아픈 과거가 있었기에 더 배가 아픕니다.
지금의 볼보가 이렇게 부활에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중국차 지리(GEELY)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선 생소한 브랜드인 중국 지리차는 2010년 포드가 포기한 볼보를 2조원에 인수하는데 성공 합니다.
당시 정말 듣보잡 회사에 불과했던 중국차 브랜드인 지리가 볼보을 인수했다는 소식은 상당히 쇼킹한 뉴스 였습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었는데 이때만 해도 중국차에 먹힌 볼보가 그저 불쌍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포드에 인수 되고 나서 망조의 길에 들어선 것 처럼 중국차에 인수된 이후 기술만 빼았기고 공중분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던게 사실 입니다.
▲ 지리 보웨
하지만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실패가 아닌 놀라운 성공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리자동차의 볼보 인수는 대 성공이었고 역사적으로 남을 성공적인 인수합병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리차는 점령군으로 볼보를 대한게 아니라 협력자로 대했는데 110억 달러(약 12조원)로 막대한 자금으로 새로운 모델, 기술 플랫폼, 공장에 투자를 했습니다.
볼보는 이런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힘을 얻기 시작했고 인수되기 전인 2009년에 연간 판매량이 33만대 였지만 2017년에는 57만대로 72% 가량 성장하며 부활에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경영에 손을 대지 않는 독립적인 방식으로 운영된 덕분에 볼보는 중국회사에 인수가 되었지만 여전히 스웨덴 차량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습니다.
볼보만 성공한 것이 아니라 지리차 역시 볼보에게 많은 것을 배우면서 성장했고 그 덕분에 중국의 3류 자동차 회사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회사로 단숨에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리차는 2017년 판매량이 125만대로 두배 이상 성장했고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의 주가는 3배로 뛰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볼보 인수 성공의 덕을 제대로 본 지리차는 인수합병에 눈을 떠서 그 이후로 다양한 자동차 회사들을 인수 합병하기 시작 합니다.
말레이시아 프로톤(Proton),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인 로터스(Lotus)를 인수 했고 또한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유명한 테라퓨지아를 인수 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최대 주주로 등극
그리고 얼마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발생하는데 지리차가 럭셔리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를 보유한 다임러AG 지분 9.69%를 약 90억 달러(약 9조 6,606억 원)에 공개 매수하는데 성공 합니다.
이로써 지리차는 쿠웨이트 정부펀드를 제치고 다임러AG의 1대주주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볼보 인수 부터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이젠 다임러AG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지리차의 파격행보는 그칠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지리차의 이런 놀라운 성장세는 다 볼보 인수후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제가 더 배가 아픈 것 입니다.
인수 아닌 땅을 선택한 현대차
그 이유는 현대차가 매물로 나온 볼보를 충분히 인수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볼보를 지리가 아닌 현대차가 인수했다면 어땠을까요?
볼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출시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현대차 이미지도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지금 처럼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신세는 되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볼보를 현대차가 인수하지 못한 것은 정말 '천추의 한'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현대차는 인수 합병 보다는 부동산에 더 관심이 컸는데 부지런히 모은 총알 10조를 들여 서울 삼성동 본사 사옥을 만들 땅을 매입하는데 투자 했습니다.
▲ 땅이 아닌 인수를 선택했을 경우
2조면 볼보를 인수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정말 10조의 돈이라면 볼보 뿐만 아니라 인수 합병 시장에 나와 있었던 재규어-랜드로버도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본사 사옥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볼보, 재규어-랜드로버를 인수했다면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었을 겁니다.
10조를 들여서 본사 사옥을 선택한 현대차는 승승장구하는 볼보와 지리차와 반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부진에 빠진 상태 입니다. 야심차게 선보인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별 힘을 못 내고 있습니다.
인수 합병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렇게 공을 들인 삼성동 현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 삼성동 현대 GBC 조감도
게다가 근처에 있는 봉은사가 GBC 건립으로 인한 일조권 침해와 사찰 문화재 훼손 우려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이런 저런 이유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완공 시기는 계속 늦춰지고 있습니다.
흔히들 '마천루의 저주'라는 말이 있는데 105층의 GBC센터를 짓고 있는 현대차도 그 저주에 빠져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123층의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를 지은 롯데그룹은 지금 그룹 총수가 감옥에 수감되는 등 시련을 겪고 있는데 현대차도 GBC를 선택한 대가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기술이 아닌 땅을 선택한 이후 판매 부진에 계속 시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현대차의 잘못된(?) 선택에 왜 제가 배가 아파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볼보의 승승장구 소식과 잘 나가는 지리차의 소식을 계속 들을 것 같은데 이젠 저도 마음을 내려 놓아야 겠습니다.
배 아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말입니다.
by 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