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백약 무효 쏘나타, 아슬란 떠오른 이유
- 자동차/이야기
- 2018. 5. 15. 07:31
요즘 미국서 쏘나타의 판매량과 행보를 보면 마치 국내서 출시 되었다 비운의 단종을 맞이한 아슬란을 보는 듯 합니다. 물론 쏘나타가 아슬란처럼 단종의 길을 걷지 않겠지만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네요.
현대차를 대표하는 차종으로 미국서 맹위(?)를 떨쳤던 쏘나타는 왜 이런 지경까지 몰린 걸까요?
쏘나타는 아직 국내서 중형차 1위 타이틀을 빼앗기지 않고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분위기가 사믓 다릅니다. 한국과 글로벌 시장의 온도차가 많이 다른데 쏘나타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미국 시장에서의 온도가 낮은게 문제 입니다.
미국은 중국에 이은 세계2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현대차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 전성기를 구가했던 YF쏘나타
2011년 YF쏘나타가 북미올해의 차량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한때 미국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며 잘 나갔던 시절도 있지만, 2018년 지금의 쏘나타를 보면 과연 그런 시절이 있었나 할 정도로 시장에서 혹독한 시련을 보내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미국 부진이 좀처럼 회복되고 있지 않은데 특히 세단모델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또 다른 간판인 아반떼도 판매량이 좋지 않지만 승용차 부분에서 맏형의 역할을 맡고 있는 쏘나타에 비해서는 양반 입니다.
쏘나타는 지난 1월 6027대로 2010년 2월 이후 가장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 했습니다.
▲ 쏘나타 뉴라이즈
6세대 YF쏘나타로 인기 몰이를 하던 2011~2012년만 하더라도 월간 판매량이 2만대를 넘나 들었고 7세대 LF쏘나타에서도 비교적 그 흐름을 유지하다가 2016년 하반기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풀체인지에 가까운 변화를 둔 부분변경 모델인 뉴라이즈가 출시 된 이후 판매량이 수직 하락하기 시작 했습니다.
보통 부분변경이나 개선모델이 나오면 판매량 반등이 있기 마련인데 오히려 판매량이 더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입니다.
그래도 명색이 쏘나타인데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모습은 저에게도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판매량 반토막 난 쏘나타
특히 지난 2월에는 그 정점을 찍었는데 6,700대가 판매 되면서 1월 보다 오르기는 했지만 2017년 14,618대의 판매량과 비교하면 무려 -54.20% 하락한 수치 였기 때문입니다.
판매량이 반토막 넘게 떨어진 것인데요.
▲ 쏘나타 뉴라이즈
그 이후 1만대로 회복이 되고 지난달(4월)에는 9616대가 판매가 되었지만 문제는 작년 동월과 비교할때는 여전히 하락률이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4월 9,619대가 판매가 되었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41% 하락한 수치 입니다.
2월 반토박에 비하면 선방 했다고 할 수 있지만 중형차 시장에서 29,848대로 1위를 차지한 토요타 캠리는 오히려 5% 상승한 것을 보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습니다.
1. 효과 없는 부분변경 모델
국내서 쏘나타는 르노삼성 SM6, 한국GM 말리부의 추격을 받으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다가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뉴라이즈를 선보이고 나서 격차를 벌리며 정상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렵지 않게 정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는데 오히려 뉴라이즈 모델을 출시하고 나서 판매량이 곤두박칠 치고 있습니다.
아무리 SUV, 크로스오버 차량이 대세라고 하지만 유독 쏘나타 혼자서만 이렇게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부진의 늪에 빠진 상태 입니다.
일단 한국과 달리 미국 소비자들이 보기에 쏘나타 뉴라이즈의 매력이 덜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 토요타 캠리
그리고 한국과 달리 라이벌들이 즐비한 곳이라 대안들이 많이 있기에 한국처럼 굳이 쏘나타를 선택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중형차 1위를 달리는 토요타가 풀체인지 신형 캠리를 출시한 이후 타격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번 신형 캠리는 역대급이라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데 출시 후 2인자인 어코드와 차이를 두며 중형차 시장을 손쉽게 장악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중형차 모델들이 모두 하락세를 기록중인 가운데서도 캠리 혼자서만 상승세를 기록 중입니다.
▲ 혼다 어코드
중형차 2강인 캠리에 이어서 어코드 역시 풀체인지 신형으로 시장에 뛰어든 상태인데 그들을 상대로 풀체인지에 가까운 부분변경으로 대응을 하는건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들보다 최소 반보 빠르게 먼저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처럼 한걸음 뒤에서 쫒는 방식으로는 중형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승용차 시장이 부진에 빠진 경우엔 더더구나 어렵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쏘나타 부진의 해결점은 8세대 신형 모델이 하루속히 나오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닛산 신형 알티마
그리고 쏘나타에게 더 어려운 것이 캠리, 어코드에 이어서 올 하반기에는 닛산 알티마 풀체인지 모델까지 출시가 됩니다.
일본 중형차 3총사가 모두 신형으로 돌아오게 되면 쏘나타 월 판매량이 5천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2. 효과없는 당근정책
별다른 혜택이 없어도 독과점에 가까운 판매량을 보이는 한국과 달리 미국 시장은 그야말로 살벌한 정글 입니다. 특히 현대차 같이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당근을 제시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그동안 적절함을 넘어서 과도한 당근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현대차가 요즘들어 더 강력한 당근으로 유혹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판매량 부진에 따른 이유라 할 수 있는데요.
그런 당근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서도 부진 탈출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 입니다.
▲ 현대차 쇼퍼 어슈어런스
현대차 미국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현재 진행중인 ‘쇼퍼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2017년 일부 지역에서 도입한 프로그램인데 2018년 1분기 부터 미국 전역에 확대 적용하고 있습니다.
워낙 파격적인 혜택으로 국내서도 화제를 몰고왔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3일 환불' 정책 입니다.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한 뒤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3일 내 환불을 해주는데, 구매 후 주행거리가 300마일(483㎞) 미만인 차량에 대해 전액 환불을 해줍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꿈의 혜택이 아닐 수 없는데 이렇게 국내에서 역차별 논란을 불러 일으킨 당근 카드를 꺼내들었음에도 판매량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쏘나타 판매량은 매달 떨어지고 있습니다.
차량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그동안 당근정책으로 버텨오던 현대차는 이제 이런 혜택 조차도 약발이 안 먹히고 있습니다.
아직 신형 8세대 쏘나타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그때까지 쏘나타가 어떤 대응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지 상당히 궁금 합니다.
▲ 단종된 아슬란
제목에서 현대차 아슬란이 떠오른다고 했는데요.
아슬란은 현대차가 야심차게 선보인 플래그십 차량이었습니다. 제네시스가 빠진 빈자리를 매꾸려고 출시된 차량인데 현대차가 상당한 공을 들였음에도 결국 작년 단종되면서 비운의 차로 남게 되었습니다.
현대차는 아슬란 살리려고 별별 노력을 다 했지만 백약이 무효라고 소비자들의 마음이 떠난 아슬란은 결국 살리지 못했습니다.
쏘나타와 아슬란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랜 전통과 브랜드 파워가 있는 쏘나타가 아슬란처럼 단종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쏘나타를 보면 아슬란이 오버랩되는 것이 사실 입니다.
현재 백약이 통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가 아슬란 처럼 쏘나타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판매량이 지금과 같이 계속 하락하며 부진을 겪는다면 단종 카드를 꺼내들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포드는 앞으로 경쟁력 없는 세단은 모두 단종하고 SUV, 트럭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발표 했습니다.
GM역시 비인기 세단 단종 계획을 발표 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수익이 없는 세단 보다는 SUV, 크로스오버 등으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쏘나타가 지금처럼 경쟁력을 잃어 간다면 현대차도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국내서 단종된 아슬란처럼 그리고 미국 시장서 철수한 그랜저같이 말이죠.
다음에 나올 8세대 쏘나타가 그래서 정말 중요 합니다.
만약 8세대 쏘나타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그땐 정말 미국 시장에서 철수를 생각해야 합니다.
by 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