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극상 꿈꾸는 기아차, 1위가 위태로운 현대차
- 자동차/이야기
- 2016. 12. 6. 07:31
2016년 국내 자동차 시장은 상당히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보여 주었습니다. 절대 강자도 꼴찌도 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고 이런 구도속에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들을 많이 만들어 냈습니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변화라면 절대적 1위를 누려 왔던 현대차가 계속되는 위기속에서 1위 자리를 위협 받고 있다는 점 입니다.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철옹성을 구축해왔던 현대차가 이렇게 흔들릴 거라고는 연초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국내 시장을 독점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현대차가 이젠 그런 비난을 받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2016년만 보면 말이죠. 올 자동차 시장이 마무리 12월이 남아 있지만 잘 하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하극상을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6년 하극상 꿈꾸는 기아차
하극상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 보면 '계급(階級)이나 신분(身分)이 낮은 사람이 윗사람을 꺾고 오름'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현대차에게 하극상을 언급한 다는 것은 2000년 현대차 그룹에 편입된 기아차가 모 회사인 현대차를 제치고 정상에 오른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그동안 기아차가 현대차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할 거란 상상은 솔직히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기아차는 2000년 이후 단 한번도 1위를 차지한적이 없고 또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 준 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형' 인 현대차를 '동생' 인 기아차가 넘어선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에서나 가능한 일 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2016년 동생 기아차는 하극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만년 2위에 만족했던 기아차가 올 한해 정말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이면서 현대차를 판매량에서 넘어 섰습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 격차는 7만5917대에 달했는데 어떻게 1년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을까요?
▲ 기아 니로
2016년 11월까지 승용차 누적 판매량을 보면 상용차를 제외하고 기아차는 43만957대, 현대차는 42만9030대를 판매 했습니다. 정말 아슬 아슬 하게 1,927대 차이로 정말 꿈만 같던 1위 자리에 올라서게 된 것 입니다. 올 한해 현대차가 계속 되는 위기에 시달리면서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기아차의 1위 등극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승용차 판매량 |
현대 |
기아 | 판매격차 |
2013년 |
478,054대 |
403,219대 | 74,835대 |
2014년 |
510,979대 |
406,822대 | 104,157대 |
2015년 |
538,294대 |
462,377대 | 75,917대 |
2016년 |
429,030대 |
430,957대 | 1,927대 |
2016년 기아차의 변화가 얼마나 놀라운지는 판매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늘 연간 판매량 격차가 7만대 이상 벌어지면서 기아차는 현대차를 넘어 순위 역전에 대한 생각을 해 보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2016년 무려 7만대에 달 했던 엄청난 격차를 극복하고 결국 11월 승용차 부분 판매량 1위에 등극 하면서 기아차의 쿠테타 성공은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 현대 투싼
아직 12월 한달이 남았기에 남은 한달동안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정말 궁금해지네요. 신형 그랜저를 앞세워 기아차의 쿠테타를 무력화 시키려 하는 현대차인데 그 계획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만년 2위에 만족해 왔던 기아차가 하극상에 가까운 이런 놀라운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RV 차량의 인기 폭발
기아는 현대차에 인수하기 전부터 RV 분야에 있어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 였습니다. 인수 이후에도 현대차는 세단에 중점을 두었고 기아차는 계속해서 미니밴, SUV 부분에 포커스를 둔 전략을 이어 갔습니다. 서로 경쟁 없이 판매량 간섭 없는 '윈-윈' 전략을 세운 것 입니다.
▲ 기아 스포티지
세단의 인기가 계속 될때는 현대차의 판매량을 기아차가 따라갈 수 없었지만, 자동차 시장의 인가가 SUV 를 앞세운 RV 차량으로 빠르게 넘 어가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그동안 판매량 상위권에는 주로 세단을 만날 수 있었지만 이젠 SUV 모델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11월 판매량 에서 TOP 10 을 보면 RV 차량이 3개 모델이나 들어가 있습니다.
기아차 RV 모델 (5개)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모하비, 카니발(미니밴)
현대차 RV 모델 (3개)
투싼, 싼타페, 맥스크루즈
RV 라인업을 봐도 '5 VS 3' 으로 현대차는 열세에 있습니다. 현대차는 요즘 국내에서 인기를 높여가는 소형 SUV 모델이 없고 또한 카니발 같은 미니밴 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카니발 같은 경우는 2016년 60,146대가 팔렸고 11월에는 판매량 5위를 기록 하는 등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국내 유일 미니밴 기아 카니발
기아차에 열세인 현대차 RV 라인업
예전에 현대차가 볼륨을 키우기 위해서는 카니발 같은 미니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적이 있었는데 앞으로도 이 부분은 현대차에서 심각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신사다운 배려(?)를 하고 있는데 글로벌 경쟁 시대에 이런 훈훈한 모습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 기아 쏘렌토
라인업 에서 이렇게 밀리니 판매량 차이 또한 클 수 밖에 없는데, RV 비중을 보면 기아차는 21만5073대로 49.9%, 현대차는 12만8200대로 29.9% 뿐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세단 시장이 계속 인기를 이어 갔다면 현대차가 압도적인 1위를 지킬 수 있었겠지만, 요즘 자동차 시장은 트럭, SUV 를 앞세운 RV 차량이 완전히 시장의 대세로 자리를 잡으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 대형 SUV 기아 모하비
이런 모습은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대차는 국내에서 동생인 기아차에 밀렸을 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량을 늘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의 트랜드 역시 픽업트럭 과 함께 SUV 차량으로 중심 이동이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사 보다 SUV 라인업도 부족하고 픽업트럭 모델 하나 없는 현대차는 활황 시장에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 국내 출시 예상되는 소형 SUV 크레타
그래서 현대차는 내년에 새로운 소형 SUV 모델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 시장을 방관 하다가는 기아차 에게 매년 1위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형 그랜저, 기아차 하극상 저지할 수 있을까?
현재 기아차는 불과 1천대 차이로 현대차를 제치고 승용차 판매량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격차가 오차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12월 판매량을 통해서 충분히 역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차는 이번 기아차 '하극상' 이자 '쿠테타' 를 저지할 강력한 무기가 있는데 11월에 시장에 투입된 신형 그랜저가 그렇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지 않았던 11월 에도 그랜저는 놀라운 판매량을 앞세워서 단숨에 자동차 순위 3위에 올라 섰습니다.
▲ 현대 신형 그랜저
2만7000대의 폭발적인 사전계약 때문에 12월 역시 11월을 넘어선 판매량 상승을 보여줄 것 같은데 신형 그랜저의 활약에 따라서 현대차 1위 탈환도 가능해 보입니다. 기아차는 11월 깜짝 1위를 기록한 모닝의 막판 분전을 기대해 볼 수 있고, 신형 K7, 미니밴 카니발, SUV 4총사(모하비, 쏘렌토, 스포티지, 니로) 의 저력을 믿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랜저 태풍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특히 현대차는 쏘나타가 SM6, 말리부 추격에 타격을 받으면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고, 중형 SUV 싼타페 역시 르노삼성 QM6 등장 이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현대 아반떼
기대되는 기아차의 막판 분전
현대차가 12월에 믿을 것은 신형 그랜저, 제네시스 G80, 아반떼 삼총사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12월은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완성차 3사의 활약도 지켜봐야 하지만 그 보다는 현대 기아차의 형제간 싸움 결과를 살펴 보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올해 국산차는 르노삼성, 한국GM, 쌍용차의 선전을 지켜 보는 것이 흥미로왔는데 현대기아차 그룹에서 이런 재미난 형제의 난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몰랐네요. 정말 자동차 관련 글들을 정말 많이 썼던 2016년인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 같습니다.
3위 이하 싸움을 지켜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승용차 부분에서 1, 2위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은 12월 최대의 관심사 입니다. 만약 현대차가 1위 자리를 내 준다면 여러가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데 올 한해 끊임없이 괴롭혔던 위기설에 정점을 찍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완성차 3사 뿐만 아니라 수입차 회사들도 공격적으로 신차를 출시할 계획 이기에 점유율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젠 한 가족인 기아차의 성장도 견제를 해야 상황이 되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빠진 현대차는 2017년은 어떤 묘수를 통해서 계속되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by 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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