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도 벤츠가 만들면 다르다? X클래스 베일을 벗다
- 자동차/이야기
- 2017. 7. 20. 07:31
한국시장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는 라이벌 BMW을 제치고 수입차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어려운 시간도 보내고 있는데 폭스바겐에 이어 배기가스 조작 의혹을 받으면서 현재 벤츠 본사가 독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시절과 어려운 시절을 동시에 누리고 있는 벤츠의 복합적인 속사정은 요즘 어떨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하지만 이런 주의 변화와 상관없이 벤츠의 행보는 여전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세단부터 SUV 까지 다양한 모델들을 경쟁자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투입한 덕분에 럭셔리카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벤츠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그먼트인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지금까지의 벤츠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다면 다소 놀랄만한 변화인데, 벤츠와 전혀 이미지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픽업트럭인 'X-클래스'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 공개된 벤츠 X클래스
작년에 X클래스 컨셉 모델을 선보이고 올해 바로 양산모델을 투입하는 등 벤츠의 행보가 거침이 없어 보이네요.
그것도 픽업트럭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 문외한이나 다름 없는 벤츠인데 만든다고 선언 하자 마자 속전속결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픽업트럭은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차량으로, 투박하고 마초적인 느낌이 강해서 고급차 이미지가 강한 유럽차 브랜드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 입니다.
▲ 포드 F150
▲ 닛산 타이탄
그래서 픽업시장은 북미시장에선 미국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아세안이나 남미 아프리카등은 일본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상 미국, 일본차 브랜드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 쌍용 코란도 스포츠
한국차 중에서는 쌍용차의 코란도 스포츠 모델이 유일한 픽업트럭인데 아직 현대기아차도 픽업트럭 시장은 뛰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벤츠는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속전속결로 뛰어 들었지만 현대차는 아직도 머뭇거리면서 주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변방의 차량으로 불리며 미국 일본차 브랜드만 관심을 두던 픽업트럭이 인기를 끌고 수익성 높은 시장으로 급부상 하면서 유럽 명차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 르노 알라스칸
정말 픽업트럭하고는 매치가 안되는 프랑스 회사인 푸조 뿐만 아니라 르노도 알라스칸을 투입했고 독일차 중에는 폭스바겐이 아마록(Amarok)으로 픽업트럭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 폭스바겐 아마록
폭스바겐은 대중적인 브랜드라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만 럭셔리의 상징과도 같은 벤츠도 픽업트럭을 만든다고 할때, 사실 벤츠가 쓸데 없는 욕심 내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좀 했습니다.
앞에서 경험도 하나도 없는데 빠르게 시장에 뛰어 들었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자체개발이 아닌 남의 힘을 빌려서 차량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 X클래스, 르노 알라스칸의 어머니, 닛산 나바라 NP300
이번에 공개된 X클래스는 플랫폼이 벤츠의 것이 아니라 닛산 픽업트럭 나바라를 베이스로 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벤츠 + 닛산 협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차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자체개발로 뛰어들려고 했다면 아마 시간이 좀 더 필요했을 겁니다.
하지만 자존심이 무척 강할거라고 생각했던 벤츠는 그것 보다는 우선 닛산의 힘을 빌려서 시장에 뛰어들고 그와 동시에 픽업트럭 개발을 추진 하면서 추후에는 벤츠DNA가 100% 들어간 모델을 투입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에 공개된 X클래스가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면 그 계획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다양한 픽업트럭 라인업이 구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 X클래스 컨셉모델
아무래도 X클래스는 벤츠에서 자체 개발한 모델이 아니다 보니 작년에 공개된 컨셉모델을 보면서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 입니다.
닛산 나바라를 베이스로 만들었기에 양산 모델에서 벤츠의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은 벤츠의 첫 픽업트럭에 대한 기대감도 무척 컸지만 그와 동시에 우려스러운 시각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닛산 나바라에 어떻게 벤츠의 DNA를 심었을까 하고 말이죠.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X클래스를 보니 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컨셉 모델을 보면서 걱정했던 모습들을 불식 시키기에 충분했고 나바라에 벤츠의 스타일을 제대로 심어놓았습니다. 공개된 모습을 보고 컨셉모델과 좀 달라져서 실망스럽게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달라져서 더 마음에 듭니다.
외형도 벤츠의 느낌을 충분히 살렸고 나바라의 다소 허접하고 싼티나는 실내 공간도 벤츠의 럭셔리함을 잘 포장을 했습니다.
▲ X클래스 실내
물론 벤츠가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하긴 했지만 닛산 나바라가 고급형 픽업트럭이 아닌 관계로 고급스러움을 최대로 끌어 올리는데는 어려움이 있었을겁니다.
벤츠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움을 생각한다면 다소 아쉬운 실내 모습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초기 작품 치고는 나쁘지 않습니다.
진정한 럭셔리는 나중에 벤츠에서 자체개발해서 출시할 포드 F150급의 풀사이즈 픽업트럭에서 기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나바라의 실내에 요추받침 시트, 3스포크 다기능 스티어링 휠, 최대 8.4 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나파가죽등을 적용하니 프리미엄 느낌이 살긴 하는 것 같습니다.
크기를 보면 길이 5,340mm, 폭 1,920mm, 휠베이스는 3,150mm이며 최대 적재량은 1,042kg, 지상고는 202mm 입니다.
1.2톤의 적재량과 3.8톤의 견인력, 접근각은 20.4도 입니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오프로드 서스펜션 기능 적용시 최저지상고는 202mm에서 222mm로 높아지고 접근각과 이탈각을 높일 수 있습니다.
파워트레인을 보면 X220d, X250d V6 디젤 엔진은 최고 163마력, 190마력, 내년 출시 예정인 X350d 에는 최고 258마력, 최대 56.1kg.m 의 힘을 내는 엔진이 탑재가 됩니다.
X200은 최고 165마력에 변속기는 6단 수동 및 7단 자동 그리고 4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X클래스는 오는 11월 독일에서 출시가 되는데 가격은 37,294유로, 원화로 4800만원 정도로 나온다고 합니다. 출시 국가는 호주, 남미 지역으로 최대 시장인 미국은 아직 출시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 미국 생산 픽업트럭이 아닌 경우 관세가 엄청나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에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하지만 픽업트럭에 달린 벤츠의 삼각별을 보고 싶어하는 미국 소비자들은 자체적으로 구매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베이스는 닛산 나바라를 하고 있기에 수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테니 말입니다.
국내 출시 가능성도 열어둘 수 있겠지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직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규모가 작고 국내에 들어 온다면 가격이 엄청 뛸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들어온다면 그 희소성 때문에 매니아층에서 큰 사랑을 받을 것 같네요. 확실히 벤츠는 벤츠 인 것 같습니다.
같은 픽업트럭인데 전면에 삼각별 하나 달렸다고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미국, 일본차 브랜드 로고와 독일차 로고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호감도가 +100 은 상승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벤츠 X클래스를 보니 BMW 로고 달린 픽업트럭은 또 어떤 느낌일지 상당히 궁금 합니다. 그동안 럭셔리차 브랜드에게 픽업시장은 동떨어진 시장이란 시각이 있었는데 이번 벤츠의 도전으로 그 편견도 깨졌습니다.
BMW도 현재 뛰어 들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러다 앞으로 아우디, 포르쉐, 렉서스, 벤틀리, 페라리 로고가 달린 럭셔리 픽업트럭들을 보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세계 명차들도 뛰어드는 마당에 현대차는 언제까지 간만 보면서 주저할까요?
▲ 현대 싼타크루즈 픽업트럭 컨셉모델
지금 현대차는 여러가지 악재에 빠진 상황이라 새로운 세그먼트의 개척도 꼭 필요한데 벤츠같은 칼 같은 단호한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 입니다.
by 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