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한국지엠, 남은 카드 3개(트래버스, 콜로라도, 블레이저)
- 자동차/이야기
- 2018. 12. 3. 20:02
"신에게는 아직 열두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선조에게 명량해전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바람앞의 등불같은 위태로운 조선의 상황에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10배가 넘는 왜적을 물리쳤습니다.
정말 어마 어마한 승전보가 아닐 수 없는데 이순신 장군의 이런 불굴의 투지가 지금 벼랑끝에 몰린 한국GM에 꼭 필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한국지엠은 철수설과 노조파업으로 벼랑끝에 몰렸다가 정부와 GM의 투자로 기사회생한 후 살아나는 듯 싶더니 최근 다시 판매량이 급락하면서 꼴찌로 추락한 상태 입니다.
판매량 하락과 최근 한국지엠 법인분리로 다시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믿었던 승부 카드인 이쿼녹스가 제 역할을 못하고 무너지면서 큰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경차인 스파크와 소형SUV 트랙스가 분전하고 있고 최근 말리부가 부분변경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국내서 어려운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내서 인기 많은 SUV 시장을 대표할만한 차량이 없다는 것이 한국지엠의 아킬레스건인데 믿었던 이쿼녹스가 폭망 하면서 현재 반전의 카드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사라진 상태 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그래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어서 멋지게 싸울 수 있지만 한국지엠은 어찌보면 그 보다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이 멀리 미국에서 한국지엠을 구하기 위해서 3개의 카드를 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지엠은 이 3개의 카드를 잘만 활용하면 위기에 빠진 지금 상황을 정면돌파하고 기사회생 할 수 있습니다.
1. 트래버스
현재 이들중에 가장 먼저 국내에 상륙할 가능성이 큰 차량이 초대형 SUV 트래버스 입니다. 2018 부산모터쇼에서도 전시가 되었던 모델인데 빠르면 내년 상반기 국내에서 만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올해 출시된 이쿼녹스보다 차라리 트래버스를 먼저 출시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쿼녹스가 지금 월 판매량이 겨우 100~200대 사이에 불과한데 만약 트래버스를 투입했다면 적어도 이 것 보다는 많이 판매가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지엠의 판단미스가 아쉬운데 트래버스 투입도 사실 늦은감이 있습니다.
나온다 나온다 간만 보다가 나온다가 결정한 시기가 빨라야 내년 초 인것 같은데, 문제는 트래버스가 나온 시점에 이미 현대차의 비장의 카드 팰리세이드 역시 출시가 된다는 것 입니다.
▲ 현대 팰리세이드
팰리세이드는 LA오토쇼에서 28일(현지시각) 공개가 되었는데 트래버스와 같은 초대형SUV 차량입니다.
모노코크 프레임에 차량 크기는 전장 4,980mm, 전폭 1,975mm, 전고 1,750mm, 휠베이스 2,900mm의 크기를 자랑 합니다.
하지만 트래버스에 비하면 작은(?) 차량입니다.
트래버스는 전륜구동 기반의 모노코크 프레임 SUV로 전장 5189mm, 전폭 1996mm, 전고 1795mm, 휠베이스 3071mm의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정말 초거대 차량입니다.
이전에 제가 트래버스를 들여와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유는 국내 시장에 마땅한 경쟁 차량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차가 재빠르게 트래버스에 대항할 차량을 선보이면서 트래버스 카드의 효과가 이전 보다는 약해진 것이 사실 입니다. 아무래도 경쟁차량이 없을때와 있을때의 차이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팰리세이드를 보니 트래버스를 기다려왔던 초대형 SUV 구매 대기자들을 상당부분 흡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래버스 역시 완성도 있게 나온 차량이라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지만 팰리세이드의 출시로 현재 성공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약 가격적인 부분만 소비자들이 수긍하는 선에서 나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어려울 것 같네요.
게다가 팰리세이드가 착한 가격을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데 사전예약 첫날에 3,468대가 판매 되면서 벌써부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트래버스 가격이 미국 기준으로 약 3490만원~6074만원대에 형성되어 있는데 팰리세이드는 3475만원~4954만원으로 나왔습니다. 트래버스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차량으로 아무래도 미국 판매가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팰리세이드의 등장으로 트래버스의 순탄할 것 만 같은 행보에 차질에 생긴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2. 콜로라도
현재로서는 한국지엠 라인업에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차량은 픽업트럭인 콜로라도 입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나마 경쟁이 가장 없는 비교적 쉬운 세그먼트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장은 현재 현대기아차도 들어오지 않았고 유일하게 쌍용차가 혼자서 독식을 하고 있습니다.
▲ 쌍용 렉스턴 스포츠
픽업트럭이 예전에는 국내 판매량이 많지 않아서 존재감이 없는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현재 쌍용 렉스턴 스포츠는 국내 출시 후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지금은 월 4천대 이상 판매하며 알짜배기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의 대활약 덕분에 르노삼성, 한국지엠을 제치고 3위로 뛰어 오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현대기아차가 대응차를 투입하려면 시기가 필요 하기 때문에 이 시장에 아메리칸 정통 픽업인 콜로라도가 투입 되면 시장의 판도를 충분히 바꿀 수 있습니다.
물론 가격적인 부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재 2% 부족한 픽업트럭의 모습을 갖춘 렉스턴 스포츠가 미국에서 건너온 원조 픽업 콜로라도를 상대로 싸우기에는 힘에 부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 부산모터쇼 쉐보레 콜로라도
콜로라도 역시 2018 부산모터쇼에서 공개가 되면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데 내년에 출시가 된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그림을 만들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기아차도 국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픽업트럭 시장을 대응하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국내 시장에 투입하는 것이 급선무 입니다.
현대차가 대응카드를 내놓지 못하는 지금이 가장 최적의 타이밍이기에 내년 상반기에는 콜로라도의 멋진 모습을 국내서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3. 블레이저
한국지엠의 또 하나의 히든카드는 블레이저 입니다. GM이 무덤에서 잠자던 블레이저를 다시 불러내서 내서 내년 상반기에 미국 시장에 출시를 하는데 지금 차량에 대한 현지 반응이 상당히 뜨겁습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일단 디자인이 상당히 잘 나왔는데 미국 시장 뿐만 아니라 국내 여론도 상당히 좋습니다. 그동안 한국지엠 차량은 인터넷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만 정작 출시되면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 사실 입니다.
하지만 블레이저 같은 경우는 앞서 출시된 이쿼녹스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쿼녹스 처럼 어중간한 크기의 차량이 아닌 이쿼녹스와 트래버스 사이를 이어주는 차량으로 확실한 컬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녀석을 국내에 출시를 할지 안 할지는 현재 확정할 수 없지만 만약 나온다고 하면 이쿼녹스와 팀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가격대가 겹치기 때문인데 싼타페와 비슷한 가격으로 나온다고 하면 이쿼녹스의 판매량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쿼녹스가 지금 싼타페와 비슷한 가격대이기 때문입니다.
이쿼녹스의 가격을 내리던가 아니면 과감하게 단종을 하고 블레이저에 집중하는 결단도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어중간한 판매고를 기록중인 이쿼녹스를 계속 끌고 가기 보다는 블레이저에 승부수를 띄우는 전략도 괜찮아 보이네요.
만약 둘다 다 끌고 갈려면 둘 다 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지엠은 그동안 우유부단함과 한박자 늦은 시장 투입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오늘 소개한 3개의 차량들은 적절한 시간에 과감하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승부를 본다면 벼랑끝에 몰린 현 상황에서 반전의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GM은 10월에 이어서 11월에도 판매량 5위를 기록하며 계속해서 꼴찌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쿼녹스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렇게 해서 판매된 수량이 245대 입니다.
라이벌인 싼타페는 11월에 9001대가 판매되었는데 말이죠.
정말 여러모로 위험한 상황에 있는 것은 분명 합니다. GM은 북미 5곳과 해외 공장 2곳을 폐쇄한다고 최근 결정을 내렸는데 해외 2곳 중에 하나는 한국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정말 바람앞에 등불인데 남은 카드 3개가 제대로 자기 역할만 해준다면 기사회생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그보다 10배 많은 왜군의 배를 물리 쳤는데 그런 놀라운 신화를 한국지엠이 보여줄 수 있을지 한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by 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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