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프리미엄 세단 K9, 시승하고 느낀 장점과 단점들
- 자동차/시승기.리뷰
- 2012. 8. 10. 17:13
기아차가 야심차게 선보인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 K9을 이제는 도로에서 쉽게 접할 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도로에서 싸돌아 다니는 것 자체가 낮설었는데 이젠 평소에 접하던 일상의 모습처럼 편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열심히 빨빨거리면 싸돌아 다니는 K9을 볼때마다 함께 했던 시승 시간이 떠올려지네요. 2달여전에 K9을 시승한 것 같은데 깜빡한 것도 있고 이것 저것 바빠서 시승기를 미루다보니 이런식으로 가다간 올해가 가기전에 작성이 힘들 것 같아서 간단하게라도 일단 작성을 하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맙게도 시승하는데 도움을 준 기아자동차나 SK텔레콤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말이죠.^^; (아무튼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는 이야기 먼저 드려야 겠습니다.)
현대차의 제네시스를 보면서 자동차 모델 하나가 기업의 이미지를 한 순간에 변모 시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동안 현대차의 자매 기업의 이미지가 강한 기아차에서 제네시스와 같은 차량이 하나 출시가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제네시스 보다 한 단계 위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K9의 등장은 제게 있어 무척 기대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예전에 엔터프라이즈가 최상위 레벨에 있다가 사라지고 지금까지는 재규어의 디자인 아류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오피러스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기아로서도 K9의 등장은 오랜만에 가슴에 힘을 주고 기지개를 펴게 만들어준 일대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국내뿐만 아니래 글로벌적으로 잘 나가는 기아차의 화려한 불꽃놀이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K9 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진으로만 주구장창 보다가 실제로 이 녀석을 보게 된 것은 밝은 지상이 아니라 약간은 어두운 지하 주차장이어서 그런지 처음 제게 주는 인상은 거대한 몸집에서 나오는 압박감이었습니다. 첫 디자인의 느낌은 기아에서는 이야기 하고 싶지 않겠지만 BMW 7시리즈가생각나서 그런지 신차가 가지는 새로운 느낌은 크게 없었습니다.
기아이에서 이렇게 사람을 압도할 만한 크기의 사이즈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뭔가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차에 올랐습니다. 외부에서 주는 거대한 차체의 느낌과는 달리 실내에 앉았을때 주는 기분은 넓직하다는 것 보다는 뭔가 좀 답답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차량의 실내가 좀 여유가 있고 넓직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답답해 보일 수 있고 뭔가 꽉 차 있는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만한 실내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개방감이 좀 있는 차량을 선호 하는 편이라 그런지 답답한 실내의 첫 인상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덩치가 좀 있는 분들은 답답한 실내 때문인지 갑갑하다고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BMW의 느낌이 많이 나는 K9)
K9의 디자인은 충분히 잘 나왔습니다. 각이 진 듯한 강인한 모습에 호랑이 이빨의 전면 그릴의 기아 패밀리 룩 디자인에 길고 넓은 차체는 정말 말 그대로 호랑이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놀랍다는 느낌은 받지만 어떤 인상적인 느낌은 전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BMW와 마세라티의 디자인을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은 창의적인 디자인에서 좀 멀어진 느낌이었고 실제로 시승을 하면서 BMW 7시리즈와 GT와 여러번 혼동한적도 있습니다. K9인지 알고 가보면 GT였던 적도 있고 BMW이구나 하고 다가가 보면 K9이고.. 아마도 K9 유저들은 이런 약간의 해프닝을 종종 겪지 않을까 싶네요.
K9이 BMW의 느낌을 가져간다는 것은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보지만 현대차의 독창적인 제네시스를 생각했던 저로서는 지금의 기아의 능력이라면 좀 더 나은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디자인을 만들수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수석 디자이너인 슈라이어가 함께 했기에 그런 아쉬움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슈라이어가 영입된 후에 나온 디자인이다 보니 오히려 디자인 카피 부분에 대해서는 좀 국내외적으로 관대한편입니다.
(그동안 본 수 많은 자동차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K9의 어뎁티브 헤드램프의 디자인)
비록 BMW의 디자인의 느낌이 많이 나기는 하지만 플래그십이 갖추어야 할 품위와 럭셔리함은 잘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게 있어 K9의 가장 인상깊은 디자인 포인트는 바로 헤드라이트 부분인데 지금까지 본 그 어느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보다 강인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볼때마다 참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K9에 대한 평가를 사람들에게 할때 제가 제일 많이 이야기 하는 것은 정말 다양한 편의사항들입니다. 저는 이렇게 다양한 편의장치를 가진 차량은 최근에 본적이 없는 것 같네요. 거의 현존하는 모든 편의장치를 최첨단 기술의 종합상자라고 할까요? 수입차에서만 볼 수 있는 HUD부터 풀LCD계기판까지 1~2억 사이의 프리미엄 수입차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한 다양한 편의장치로 무장을 했습니다.
디자인에 있어서의 아쉬움들은 실내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편의장치들로 거의 무마가 되더군요.시승한 차량은 K9 3.8GDI '풀옵션' 모델 이라서 거의 모든 편의장치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가장 인상깊게 다가온 것은 역시 유리창에 표시되는 HUD(Head Up Display)로 국내 차들 중에서 최초로 적용이 되었고 실제로 주행중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기능입니다. 미션임파서블:고스트프로토콜의 BMW i8의 실내 모습이 떠올려지기도 했는데 네비게이션과 다양한 자동차 주행 정보가 전면 유리창에 표시가 되니 안전운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측면의 사각지대를 알려주는 경보장치(이건 볼보 시승하면서 정말 부러워했던 기능입니다. 볼보에서는 BLIS라고 하죠)볼보가 측방 경보만 알려 준다면 K9은 측면 뿐만 아니라 후측방에서 오는 것도 알려 줍니다. 그리고 레인을 이탈했을때 진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전 처음에 좌석 아래 부분에서 진동이 나오길래 차량이 불량인지 알았답니다.ㅋ)
사진에서 보는 계기판은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계기판으로 평소에는 꺼져 있다고 시동을 걸면 멋지게 살아납니다. 풀LCD 이다 보니 테마도 여러개라서 다양한 느낌의 계기판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테마도 업데이트가 꾸준히 된다면 질리지 않은 새로움을 운전자들에게 제공할 것 같습니다.)
(어라운드 뷰 를 제공하기 때문에 주차할때 특히나 편합니다. 주차할때 주차선에 맞춰서 해야 하는데 라인이 제대로 맞았는지 창문을 열고 확인을 하곤 했는데 이기능이 있으면 디스플레이상으로 라인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밖으로 라인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카메라의 화질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은 불만 사항이었습니다.)
(다양한 버튼이 탑재되어 있는 스티어링휠)
(동승자들이 좋아할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스템, 각각의 단말기를 개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점은 좋았습니다.)
(소파 드리븐 차량 답계 뒷좌석에서도 기능들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풀LCD 계기판을 적용해서 평소에는 어두운 화면이 시동을 걸면 바로 현란한 그래픽과 함께 켜지는 모습은 정말 장관입니다. 풀LCD 계기판은 재규어와 레인지로버에서도 경험을 했는데 아날로그에 비해서 선명도에 있어서 아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직접 보니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주행조건과 환경에 따라 헤드램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LED 풀 어댑티브 헤드램프’, 주행모드 통합제어 시스템, 유보(UVO)가 탑재된 9.2인치 ‘DIS 내비게이션’ 등.. 정말 일일이 설명하기가 귀찮을 정도로 다양한 기능들이 총 망라가 되어 있습니다.
(스마트카의 미래를 보여주는 SK텔레콤과 협력해서 선보이는 UVO 기능)
여기서 UVO 같은 경우는 SK텔레콤과 함께 협력해서 만들어 가는 기능인데 스마트폰을 통해서 자동차의 시동과 문을 열고 닫는등 영화에서나 볼 법한 스마트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련된 내용은 제가 예전에 포스팅한 것을 참고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결합된 미래 스마트카의 모습을 K9에서 미리 엿볼 수 있습니다.
K9의 주행 성능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정숙성에 있어서는 수준급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만 150km 이상에서는 바람소리와 노면의 소음이 유입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프리미엄급 차량이 갖추어야 할 덕목인 정숙성과 안정성에 있어서는 저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최고출력 334마력/6400rpm, 최대토크 40.3kg·m/5100rpm의 힘을 가진 K9은 가속력에 있어서도 무난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 다양한 주행 모드를 통해서 여러 느낌으로 운전할 수 있지만 그 느낌은 큰 편은 아닙니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편이고 8단 자동변속기의 부드러움도 느낄 수 있고 전반적인 주행 성능은 딱히 뭐가 나쁘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말하기도 뭐하다고 표현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좋다기 보다는 뭔가 더 아쉽다는 여운이 많인 남는 것이 K9의 디자인과 주행성능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기대가 더 컸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이 많이 남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BMW의 그것이 연상되는 기어노브. 하지만 조작하는 재미는 아주 좋습니다.)
(다양한 편의장치를 갖춘 모델 답계 수 많은 버튼들이 있습니다. 기능을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 하더군요.)
소파 드리븐 차량으로서 비지니스 클래스에 볼 수 있는 앞좌석을 완전히 기울이게 하는 것이나 여런 멀티미디어 장치등은 사장님이나 고위 임원들의 눈높이를 충분히 만족시키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이 정도의 고급스러운 편의 장치를 직접 경험 하려면 이 보다 훨씬 비싼 수입차에서나 아마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K9의 가격은 3.3ℓ 모델 5290만~6400만 원, 3.8ℓ 모델은 6340만~8640만 원입니다. 위에 언급한 풀옵션의 모델을 선택한다면 거의 9천만원에 육박하는 차량으로서 사실 가격적인 부분이 부담이 많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급의 차량을 선택하는 레벨에 있어서는 가격은 그리 큰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K9을 현대차의 제네시스급이라고 생각해서 가격적인 부담을 더 갖는 것 같은데 사실 K9은 현대 에쿠스급의 레벨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비싼 제네시스가 아니라 싼 에쿠스라고 생각 하시면 이해 하기가 편하실 것 같네요.(그래도 가격적인 부담은 K9에 접근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아차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슈라이어를 영입하고 처음 선보인 프리미엄 세단 K9은 여러 부분에서 화제가 되었고 실제로 주행을 하면서 장점과 단점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처음에 이 정도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에 따르는 아쉬움이 있지만 아쉬움 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이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도로에서 쉽게 목격되는 K9을 보면 생각보다 대박 정도는 아니지만 판매량에 있어서도 어느정도 수준에 이른 것 같고 무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독일차가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독주를 하면서 시장을 빼앗아 가고 있었는데 기아에서 선보인 K9이 독일차의 독주에 얼마나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현대의 에쿠스와 쌍용의 체어맨이 독일차의 고급차 공세에 외로이 싸우고 있었는데 기아 K9이 과연 얼마정도의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