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미소로 이야기하는 영화 '굿'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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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멜로 영화를 볼때마다 느끼는 것은 일본인들의 감성에 대한 놀라움입니다. 우리가 가끔 일본을 생각하면서 느끼는 이미지는 AV로 대표되는 성적인 문란함과 이지매가 당연한것처럼 성행하는 메마른 풍토가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슬픈 멜로 영화를 볼때는 일본인들중에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영화들이 일본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 주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이후로 한국에는 마음을 적시는 감동적인 멜로라인이 들어간 영화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지금은 일본이 아시아 시장의 멜로영화를 이끌고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지금 제 머리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멜로영화중에 대부분은 일본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것 같습니다. 한국영화는 '클래식'과 '와니와준하' 이외에는 생각나는 영화가 거의 없네요. 일본영화중에 이야기 한다고 하면 수 없이 많지만 말이죠.^^; 그래도 최근에 일본영화중에 저의 감성을 만져주는 영화들이 나오지 않아서 많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혀 기대하지 않은 영화가 저의 마음속의 베스트 멜로 영화 목록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바로 금요일 시사회에서 본 일본영화 ' 굿 바이(Good&Bye)'입니다. 최근에 여러가지로 바빠서 '굿바이' 시사회에 당첨에 된 후에도 이 영화가 내용이 뭔지 배우들이 누가 나오는지 감독이 누구인지 아무런 정보도 알지 못했습니다. 극장에 도착해서야 여배우가 제가 예전에 감동깊게 보았던 영화 '비밀'의 히로인 히로스케 료코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음악감독이 역시 제가 좋아하는 히사이시 조 였습니다. 하지만 남자배우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고 내용도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게 된것입니다.

극장에서 기억하는 헐리우드키드

영화는 서대문에 있는 드림시네마에서 상영이 되었습니다. 가기전에 극장을 알아보니 오래되서 이제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허름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되고 실망하기도 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서 극장을 둘러보니 오래간만에 극장같은 극장을 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고등학교때 자칭 헐리우드 키드라고 할 정도로 영화광이었던 저에게는 지금의 최첨단 멀티플렉스 극장보다는 이런 극장이 마음에 더욱 와 닿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었지만 그떄는 성남으로 영화를 보러 다녔습니다.가격도 저렴했고 좌석도 없어서 보고 또 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때는 극장에 영화를 보는 목적도 있었지만 극장에서 기다릴때의 설레임과 극장의 느낌들이 좋았습니다. 사실 보면 지금의 극장들하고 비교하면 시설이나 모든면에서 비교가 안되는데도 그때는 극장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 자라 버린 지금은 그때 느꼈던 그 감정은 극장에서 더 이상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지금 극장을 거의 가지 않습니다. 일년에 3-4번 그것도 이렇게 시사회가 있을때만 가곤 합니다. 극장을 가는것이 더 이상 설레이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굿바이'를 보기 위해 간 극장에서 오래전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간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스피커에는 홍콩 가수의 알수없는 옛날 노래가 흘러나오고 벽에는 영웅본색의 포스터가 붙어있었고 이제는 고인이 된 장국영이 실제 사이즈의 모습으로 저를 보며 서있었습니다. 그 순간 전 허름한 성남의 한 극장에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곧 상영될 홍콩영화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벽에 붙어있는 제임스딘의 포스터보다는 장국영과 주윤발의 모습이 저에게는 더 따듯하고 더 아련한 기억이기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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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미소로... 상쾌한 바람같이 이야기하는 '굿'바이'

 
간만에 느끼는 기분좋은 설레임을 받으면서 웬지 이번 영화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과 함께 영화는 시작되었습니다. 내용을 정말 하나도 모르면서 말이죠..^^ 유치원때부터 첼로를 연주한 첼리스트가 자기가 속한 오케스트라가 해산 되어 고향 시골로 내려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대출을 받으면서 구입한 거액(진짜 비쌈)의 첼로를 오케스트라가 해산 되자 마자 팔아버리는 남자주인공(모토키 마사히로)의 독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첼로를 팔아버리는 순간 난 편안함을 느꼈다..' 수십년을 연주했고 숱한 시간을 같이 함께 한 첼로를 떠나보내면서 눈물과 슬픔과 후회보다는 홀가분하다고 말하는 모토키를 보면서 이 사람이 짊어지고 삶의 무게를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아무생각이 없는 철없는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있지만 전 왜  이 사람이 살아온 삶의 무게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네요. 저도 그만큼 무거워서 그랬던게 아닐까요?^^ 악기점에서 첼로를 팔고 나오는 그의 표정에서 그런 쓸쓸한 모습을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첼로를 팔아버리고 어머니가 남겨주신 유산이 있는 자기의 고향으로 아내(히로스케 료코)와 함꼐 내려갑니다. 첼로를 팔때도 시골로 내려가는 결정을 내릴때도 별 망설임 없이 결정하는 남자주인공은 신문에 나온 구인광고 문구중에 고액보장 초보자도 환영 이라는 문구에 별생각도 없이 그 곳이 뭐하는지도 모른체 구인광고 낸 곳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모르고 찾아간 곳은 납관을 하는 업체였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초스피트 면접(?)을 받고 단번에 합격을 하게 됩니다. 월급도 후하게 받고 죽은사람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납관사의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별 생각이 없는 주인공이라 그런지 별 생각도 없이 아내에게는 비밀로 하고 일을 시작합니다. 20년을 넘게 첼로만을 연주한 사람이 한순간 죽은사람도 본적이 없는데 납관사가 된다고 하니.. 납관사가 된 첼리스트라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군요.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느낀게 죽음의 엄숙함과 가장 어울리는 악기가 첼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납관사의 길을 가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웅장하고 때로는 따뜻한 첼로의 선율과 함께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시간들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왜 크리넥스 티슈를 준비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를 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ㅠ.ㅠ  울다가 웃다가 미소짓다가 웃으면서 눈물 흘리다가.. 그렇게 '굿 바이' 는 너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는 한없이 뜨거워지는 가슴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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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상과 멋진 음악이 함께하는 영화 '굿' 바이'


가족의 소중함, 배우자에 대한 사랑, 죽음에 대한 우리들의 마음.. 영화는 죽음을 슬픔으로만 만들지 않습니다. 생에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 그리고 그들의 길을 최고의 존중으로 마무리를 해주는 주인공의 일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그런 일때문에 친구들에나 부인에게 천대받지만 주인공은 자기가 하는 일이 얼마나 거룩한 일이고 보람되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깨닫습니다. 납관사의 일을 통해서 거액의 첼로를 팔아버릴때 아무런 후회도 없이 홀가분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삶의 무게를 벗게 됩니다.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오래동안 살아왔지만 엔딩을 보시면 왜 영화제목이 '굿바이' 인지 아시게 될겁니다. 제가 느낀 굿바이의 의미라 다른 사람에게는 어덯게 다가올지 모르겠네요.^^

오래간만에 가슴이 따뜻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영화를 만났습니다. 그것이 한국영화가 아닌 일본영화라는 것이 안타깝지마 말이죠.ㅋ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거리에서 느끼는 바람 속에서 가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바람은 외로움보다는 따듯함으로 더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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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남자배우와 조연들의 명연기..


이번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은 남자 주인공으로 분한 모토키 마사히로 라는 배우를 알게 된것입니다. 커다란 삶의 무게를 짊어졌지만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을 너무나 유쾌하게 잘 연기 해주었습니다. 그가 아니면 누가 과연 이 배역을 연기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는 완벽하게 주인공의 모습 그자체였습니다. 생각없는듯 하면서 또는 웃기면서 천진난만하며 그리고 진지할때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저의 마음이 경건해지는 그런 모습을 영화 시작할때 부터 그는 끝날때까지 흔들리지 않게 보여주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배우를 보면서 마음이 상쾌해지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모토기는 영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내로 나온 히로스케 료코는 주연이라 하기에는 그런데 그래도  남자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잘 소화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역할에 료코가 아닌 다른 일본여배우가 연기했다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굿바이'에서 남자배우의 역할은 그만큼 절대적이면서 핵심이었고 그런 부분을 모토키는 완벽 연기로 200퍼센트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직도 납관을.. 죽음을 경건하게 마무리해주는 아름다운 그의 손길이 저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조연으로 나온 납관회사 사장(야마자키 츠토무)과 그밖의 인물들도 영화에 몰입하는데 큰 힘을 주었습니다.  주연배우들과 조연배우들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보여 주었고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등을 만든 하사이시 조의 음악은 영화를 보는동안 감동이 배가 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내마음속의 일본멜로 베스트에 추가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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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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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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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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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상.. 굿'바이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때문에 말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네요.^^ 아마도 영화를 보시고 나면 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실거라고 믿습니다. 영화 '굿' 바이'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보시면 됩니다. 극장 문을 나서는 당신은 보기전의 가볍고 편한 마음에서 따듯한 감동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하늘을 쳐다보는 본인을 발견하게 될것입니다. 이 영화가 몬토리올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고 하는데 충분히 받고도 남을만합니다. 또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 부분 일본대표로 선정되었다는데 감히 말하기는 뭐하지만 아마도 상을 받지 않을까요?^^  

2008년 이번 가을에.. 따듯하고 상쾌한  바람이 당신을 찾아갑니다.

오래간만에 가을의 상쾌함을 느끼게 만들어준  '굿' 바이'.. 그 동안 내마음속의 저만의 감동적인 멜로 영화 리스트에 올라와있는 '냉정과 열정사이'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그리고 '클래식'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작의 반열에 당당히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번 가을 .. 그 상쾌한 바람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봐야 하는 건 자명한 일입니다. ^^ 아참 개봉일은 10월 30일 이라고 하네요. 보실때 크리넥스 티슈는 꼭 챙기셔야 합니다. 당신의 감정이 메마르지 않았다면 말이죠.^^ 그런데 개봉할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어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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