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의 클레오파트라,남자도 보며 눈물 흘렸다.
- 문화(Culture&Book)
- 2008. 11. 21. 10:04
뮤지컬을 본게 정말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나는군요. 정확히 제가 기억하는 그리고 감명깊게 본 것은 중학교때 학교에서 단체로 잠실롯데월드에서 본 동키호테였습니다. 그때는 별 생각없이 신청했는데 보는내내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들었습니다. 뭔가 영화와 다른 느낌 그리고 생동감...저의 뮤지컬의 좋은 기억은 중학교때의 동키호테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몇번 다른 것을 본거 같기도 한데 머리는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상을 받은적이 없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오랜시간이 지난후에 그 기억을 지우고 다시 새로운 뮤지컬이 저의 마음속을 차지 하게 되었습니다. 예. 제목에서 이야기한것처럼 박지윤이 열연한 클레오파트라 입니다. 우연찮게 티겟을 얻게 되었고 간절한 마음으로 보게 된것도 아닙니다. 그런 뮤지컬이 있는지도 몰랐고 박지윤이 뮤지컬을 한다는 소식은 어렴풋이 인터넷에서 본것 같기도 하고 뮤지컬 보기 전에 한국뮤지컬 어워도에서 클레오파트라 복장을 하고 객석에 않아있던 김선경씨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뮤지컬. ㅠ.ㅠ (이게 몇년 만인가!)
아무튼 보기바로 전에 제주도에서 와서 몸은 아주 피곤했지만 약속은 약속인지라 뮤지컬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가보는 유니버셜 아트센터에 도착하기까지 차가 무진장 막혀서 이미 에너지의 절반은 다운이 된 상태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승하고 있는 SM5 Le Exclusive와 좀더 꽉막힌 도로에서 오래 하기는 했지만 말이죠.ㅋ 처음가본 유니버셜아트센터는 무대가 작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거의 맨 앞에서 보게 되었는데 처음 시작할때 배우들이 등장할때 스케일이 너무 작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괜히 온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몰려올라고 하는데~ 갑자기 등장하는 여자분들의 옷이 너무 에로틱해서 눈을 땔수가 없었습니다.ㅎㅎ 완전몰입 @.@ 왠지 등급이 16세 이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뮤지털이 시작하기 전에 이나영의 인사와 아이오페와 한림화상재단에서 후원하는 소녀에 대한 동영상 시청과 그리고 잠깐의 소개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촬영은 허락받고 했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클레오파트라~
메인배우들이 등장하면서 저도 모르게 몰입이 되어가고 박지윤의 등장과 함께 하는 음악에 저도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뮤지컬의 음악이 무척 좋았습니다. 한번 들으면 바로 중독되는 멜로디였고 박지윤씨도 잘 소화해 주었습니다. 박지윤은 연약했고 남자가 보호해 주고 싶은 그런 클레오파트라 연기를 무척이나 잘해주었습니다. 앞에서 보고 있는 저도 그녀가 측은하게 느껴졌고 무척 강해보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클레오파트라가 그냥 평범하게 태어났다면 파란만장하고 슬픈인생이 아닌 아름다운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 그녀가 갑자기 가엽게 느껴졌습니다.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이 너무나 쉽게 그녀를 떠나고 보호해주고 지켜주지 못하는 모습을 볼때 남자인 제가 미안해짐을 느꼈습니다. 사랑한다고 이야기했지만 떠날때는 그렇게 쉽게 가는모습들.. 좀더 남자들의 캐릭터도 잘 살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그랬는지 시저와 안토니우스의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사랑을 마음으로 느끼기에는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클레오 혼자 남겨지고 혼자 시련을 다 견뎌내야 하는 아픔들... 그래도 클레오의 옆을 언제나 끊임없이 지켜주고 있는 스네이크맨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 했습니다. 클레오파트라를 보면서 제가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박지윤의 연기와 스네이크맨(모지민)의 환상적인 안무 그리고 시원하게 터지는 옥타비아누스(최성원)의 가창력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스네이크맨은 거의 환상특급의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음악과 혼연일체가 되어서 거의 모래시계의 이정재같은 듬직한 보디가드를 보는 느낌과 마블코믹스의 슈퍼히어로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강렬한 의상과 모습으로 슬픔을 춤으로 표현하는데 전 춤을 보면서 슬프다는 느낌을 잘 받아보지 못했는데 클레오의 슬픔을 춤으로 연기하시는데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비와 함께한 라세티 프리미어에서 오프닝에서 잠시 등장했던 반짝이맨의 춤에서 아무 감흥을 받지 못했습니다. 바로 스네이크맨을 보고 나서 인지 수준 차리를 바로 느끼겠더군요.) 박지윤의 슬픔과 뱀의 춤이 어울려저서 감동은 배가 되었습니다. 무대도 처음에 작다고 생각했지만 관람하면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고 잘 만들었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중간휴식하고 2부로 넘어가는 클레오파트라 (전 휴식있는지 몰랐습니다.ㅋ)
2부로 넘어가면서 클레오파트라의 반격하는 모습들이 보이는데 그녀의 갸날픈 어깨는 복수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좀더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 주어야 했는데 지윤씨는 그러기에는 너무 약해 보였습니다. 독한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고 해야 하지만 아직 뮤지컬을 경험한 시간이 부족한것인지 복수의 장면에서는 약간 이질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녀는 복수보다는 사랑에 행복해하고 웃는 모습이 더 어울렸다고 제가 생각했나 봅니다. 강한 카리스마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클레오의 강함이 전해지기 보다는 그녀의 기구한 운명의 슬픔이 전혀졌고 고음으로 올라갈때 힘이 부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박지윤은 아직 고음으로 올라가는 파워풀한 가창력보다는 슬픈 사랑의 노래를 잘 부르는 발라드 가수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노래하는 메인 테마 "나는 이집트의 왕이 될거야" 를 부를떄는 정말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그녀는 더욱더 멋지고 훌륭하게 클레오파트라의 연기를 해주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네이크맨에게 죽임을 당할때 좀더 장렬하게 마무리를 했다면 제가 좀더 눈물을 흘렸을텐데.. 마지막 부분은 좀 아쉬웠습니다. 너무 리얼하게 죽음을 표시한것은 좋았지만 조금은 클레오의 슬픔을 좀더 보여주면서 그녀의 한없이 힘든 삶을 보여주는 그런 효과가 더 있었더라면 더 큰 감동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제 앞에서 사랑에 기뻐하고 행복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으로 인해 눈물이 말라 버린 그래서 마지막을 복수로 불태우려 했지만 그것마저 나일강의 흐르는 강물속으로 떠나 버린채 그녀가 가장 아끼는 뱀에게 운명을 맡기면서 클레오파트라는 그녀의 힘든 여정을 눈물로 이별을 고하게 됩니다.
모든것이 훌륭했던 클레오파트라의 무대
음악도 훌륭했고 무대도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전 그냥 좋은것만 이야기 하고 싶네요. 모두들 이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것을 생각하면 제가 달랑 한번을 보고 저의 손가락으로 그들의 노력을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하나 생각했습니다. 저의 약함과 부족함을 알아서 그런지 요즘들어서는 남을 비난하거나 약점을 말하기 보다는 장점을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더군요. 칭찬보다는 비방이 원래 더 쉬운가 봅니다.^^;
기립박수가 아깝지 않았던 클레오파트라
모두가 인사를 하는 시간이 찾아왔고 특히 여성분들은 안토니오역을 맡았던 민영기씨가 인사를 할때 무척 좋아라 하시더군요. 저는 다 좋았지만 특히 스네이크맨을 맡았던 모지민(?)씨가 나왔을때 진짜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하고 싶었습니다. 참느라고 정말 힘들더군요. 그리고 박지윤씨의 인사에도 역시 기립박수로 힘든 여정을 걸어온 길을 박수로 축복해 주고 싶었지만 역시 참았습니다. 아무도 안 일어나서 말이죠. 만약 혼자 같다면 진짜 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다음에 보면 그때는 기립박수 꼭 하겠습니다.^^
가을이 가기전에 꼭 봐야 할 슬픈 사랑의 뮤지컬 클레오파트라
뮤지컬의 막은 내렸고 사람들은 김선경의 클레오파트라가 더 좋다는 말을 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저도 박지윤의 클레오를 보면서 다른 사람의 클레오파트라가 아닌 박지윤의 클레오파트라만을 생각했습니다. 김선경씨의 무대도 물론 훌륭하고 감동적인 부분을 보여 줄 것입니다. 하지만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박지윤의 것도 될 수 있고 김선경의 것도 될 수 있지만 저는 한사람의 뮤지컬이 아닌 힘들게 연습하고 함께 공연했던 모든 배우들의 뮤지컬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박지윤이 열연한 클레오파트라를 보면서도 눈물을 흘렸지만 김선경의 무대에서도 역시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요? ^^ 전 눈물이 많은 남자라서..ㅋ 아직 안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주말에는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꼭 보세요. 초강력 강주입니다. 서울에서는 이제 굿바이를 할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네요. 서두르셔야 할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사람들 다 나가고 아이오페에서 하는 무슨 이벤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남아서 이렇게 사진을 ㅋㅋ 그래서 주연배우들 가까이서 보고 보니까 좋았습니다. 시저역 맡았던 분도 막 장난하고.ㅎㅎ 개그맨 임하룡씨 오셔서 뮤지컬 잘 봤다고 박지윤씨랑 인사하고 그러더군요. 하룡이 아저씨는 실제로 보나 화면으로 보나 똑 같더군요. 사진속에 웃고 있던 소녀는 뮤지컬 하기전에 동영상에 나온 소녀. 화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