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성능보다 디자인? 우려스런 현대차 디자이너 편식
- 자동차/이야기
- 2016. 11. 20. 07:57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오디오, 전장기업 회사인 하만그룹을 무려 9조원에 인수해서 쇼크를 안겨 주더니 현대차도 이에 질세라 파격적임 움직임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처음엔 좋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조금 과도하게 한 쪽 방향으로만 치우치는 것 같아서 우려스러운 점은 있습니다.
현대차의 최근 광폭 행진을 유명 기업의 인수 합병이 아닌 사람을 끌어 모으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디자이너에 치우친 방향으로 말이죠.
현대차는 디자이너 성애자?
요즘 현대차가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끊임없이 계속 영입하는 것을 보면 '디자이너 성애자'가 아닌가 할 정도로 '과' 하다는 인상이 듭니다. 전세계 유명 디자이너를 다 현대차에 데려와서 디자이너 최강팀을 구축 하려는 생각 일까요?
현대차는 최근에 러시아 출신의 디자이너 알렉산더 셀리파노브를 영입 했습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이름인데 '사샤'란 애칭으로 유명한 셀라파노브는 2014년 부터 부가티 디자인팀에서 일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람보르기니 우라칸, 부가티 비전 그란투리스모 컨셉트, 부가티 시론 등이 있습니다.
▲ 최근 영입한 알렉산더 셀리파노브
부가티 시론 같은 경우 디자인이 정말 잘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현대차 영입 때문에 셀리파노브가 디자인한 차량이란 것을 저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일단 그의 대표작품을 보면 떠오르는 스타 디자이너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 부가티 시론
▲ 부가티 비전 그란투리스모
이번에 사샤가 현대차 디자이너 드림팀에 추가 되면서 이젠 현대차는 다른 건 몰라도 디자이너에 있어서는 글로벌 명차 브랜드랑 어깨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현대차가 벤틀리 출신 스타 디자이너인 루크 동커불케를 영입 하고 이젠 더 이상 슈퍼스타급의 디자이너 영입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의 판단 착오 였습니다. 현대차는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 디자인 역량을 강화을 위해서 글로벌 인재 영입에 더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 좌: 피터 슈라이어, 우: 루크 동커볼케
미국 현대차 디자인센터에 별도의 '제네시스 미국 디자인팀' 을 만들었고, 팀의 수장은 제네시스DH 컨셉(HCD-14) 디자인을 이끈 존 크리스테스키가 맡고 있습니다.
▲ 루크 동커볼케 작품, 벤틀리 첫 SUV 벤테이가
아시다시피 현대차는 그동안 디자이너 영입에 공을 들이면서 상당히 높은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아우디, 폭스바겐에 일했던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를 2006년 영입 했고 그는 현재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일하며 회사의 디자인 DNA를 바꿔 놓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제네시스 디자인 수장을 맡은 동커볼케
어떻게 보면 현대차그룹의 디자인은 슈라이어 부임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상당히 컸습니다. 그의 성공에 고무된 현대차는 그후 제네시스 브랜드를 위해서 또 다른 스타 디자이너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 루크 동커불케를 2015년 12월 영입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6년 6월 벤틀리 외장 및 선행디자인 총괄인 이상엽 디자이너를 현대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상무로 영입 했습니다.
▲ 디자이너 이상엽
한국인으로 일반인 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는 영화 트랜스포머를 통해서 범블리로 유명세를 탄 쉐보레 카마로를 디자인한 주인공입니다. 또한 해외 자동차 디자이너중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블랙홀 처럼 스타 디자이너를 흡수 하는 현대차
이렇게 최강 디자이너 3각 편대를 완성 하는가 싶었는데 여기에 최근 셀리파노브를 영입 하면서 명실공히 최강 디자이너 어벤져스 팀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드림팀에서 과연 얼마나 어마 어마한 결과물이 나올지 벌써 부터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인재 영입등 사람에 투자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이 너무 디자인 한쪽에만 치운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지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현재 현대차의 투자 모습을 보면 밸런스가 맞지 않는 듯한 모습입니다.
차량에 있어서 디자인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입니다. 하지만 차량의 기본이 되는 성능이 뒷 받침이 되어야 디자인이 빛을 보는데 지금 현대차는 기본 강화 보다는 껍데기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네요.
▲ BMW 고성능 M 시리즈 개발 주역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는 2014년 고성능차 'N' 모델 개발을 위해 BMW 출신이자 고성능 브랜드 'M' 시리즈 개발 주역인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차량 성능을 위해서 해외에서 스타급 엔지니어를 영입 했다는 기사를 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인재를 끌어 모으는데 돈을 쓰는 것은 좋지만 디자이너에만 너무 치우치지 말고 차량 성능에 도움이 되는 유명 엔지니어들을 좀 더 많이 영입 했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차가 그동안 디자인에 역량을 집중 하면서 인식은 많이 좋아 졌지만, 성능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 입니다.
▲ 현대차 고성능 'N' 시리즈 개발 수장을 맡은 알버트 비어만
이번에 현대차가 선 보이는 고성능 모델인 'N' 역시 BMW 출신 엔지니어 알버트 비어만이 가세 하면서 기대치는 크게 높아 졌습니다. 스타급 엔지니어 한명 추가로 현대차가 앞으로 선보일 신차 성능에 대한 믿음을 높여 주었기에 그의 영입은 신의 한 수 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인재 확충은 환영 하지만 좀 더 많은 유명 엔지니어를 영입 해서 차량의 성능과 품질을 올리는데 주력 했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차 그리고 제네시스는 지금 디자인이 문제가 아니라 품질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 합니다.
요즘 중국차를 봐도 모방은 많이 하긴 하지만 디자인만 보면 상당히 좋아졌는데,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성능과 기술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 정말 못 생겼지만 품질로 세계 하이브리드 시장을 석권하는 토요타 프리우스
일본차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뛰어난 디자인 보다는 내구성, 잔고장 없는 품질등 차량의 성능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차를 볼때마다 디자인은 계속 후퇴하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사랑받는 건가 가끔 궁금할때가 많은데 다 차량 성능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본차에 대한 신뢰는 역시 기본기가 바탕이 된 성능인데, 현대차도 일본차 처럼 외형 보다는 기본기를 강화하는 것에 역량을 더 집중 했으면 좋겠습니다.
삼성전자는 거액의 돈을 투자해서 해외 유명 기업을 인수하고 현대차는 더 많은 돈을 들여 땅을 삽니다. 그리고 인재를 끌어 모으지만 내실이 아닌 디자인 같이 외형적인 모습을 강화 하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현대차를 이끄는 정의선 부회장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도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은 인재를 확충 하고 한 사람은 기술이 높은 기업을 사들여 내실을 다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 다 나쁜 점은 없는 것 같네요. 다만 인재 확충에 있어서 밸런스만 잘 갖추고 거기에 전장사업에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나 유명 자동차 브랜드만 인수 한다면 더 크게 성장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 합니다.
그나저나 이렇게나 많은 스타 디자이너를 보유하고 있으니 앞으로 선보일 신차 디자인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상당히 커졌는데, 그 기대치에 과연 부응하는 차량을 선보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네요. 그렇지 못하다면 또 한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by 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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